서울공예박물관은 23일부터 한국 패션아트(Fashion Art) 1세대 금기숙(73)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증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금 작가는 1990년대 초 '미술의상' 개념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해 의상을 예술로 확장한 인물로 평가된다. 철사·구슬·노방·스팽글·폐 소재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해 독창적 작업 세계를 구축했고, 의상을 입는 예술(Art to Wear)에서 패션아트로 확장해 공간을 구성하는 조형 예술로 발전시키며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의상감독을 맡으며 선수단 입장 당시 피켓 요원들이 착용한 '눈꽃 요정' 의상을 제작해 주목받았다. 금 작가는 한국패션문화협회장과 국제패션아트연맹(IFAA)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유금와당박물관 공동관장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 제목 '댄싱, 드리밍, 인라이트닝(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은 한 예술가가 꿈꾸고(Dreaming), 몸과 공간을 통해 표현을 확장하며(Dancing), 끝내 자신만의 깨달음(Enlightening)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 작가가 기증한 작품 56점을 만날 수 있다. 돈으로 따지면 약 13억1000만원 상당으로 평가된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돼 '의상에서 조형으로', '조형에서 공간으로' 이어지는 금 작가의 40여 년 창작 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연꽃이 피어나는 시간을 색의 흐름으로 풀어낸 '연화 드레스', 혼례용 활옷과 궁중 당의(唐衣) 등 한복 특유의 곡선미와 여백의 미를 구현한 작품이 전시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선수단 입장 때 피켓 요원들이 착용했던 '눈꽃 요정' 의상도 볼 수 있다. 한복의 선과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국 패션아트가 국가적 문화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상징적 작업으로 꼽힌다.
금 작가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평창올림픽 당시 과분한 찬사를 받으면서 이 작업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전하길 바란다"고 밀했다.
박물관은 전시 기간 워크숍과 아티스트 토크 등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박물관 가게에서는 전시 연계 아트 상품 3종을 판매한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