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광주시 광산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폐막을 한 달가량 앞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벌써 내년 9월 열리는 전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광주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 축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3회 행사가 3년 만인 2021년에 개최된 후 한 해씩 미뤄졌지만, 내년 창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회 행사를 한 해 앞당기기로 했다.
재단 측은 30주년을 맞는 행사인 만큼 15회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미술 문화사에 기록될 만한 축제로 만든다는 포부다.
이날 한국여기자협회 기자들과 만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는 "미술시장이 활성화하고 있지만, 비엔날레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시대 미술과 문화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비엔날레의 본질을 찾는 역할을 광주비엔날레가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문화예술 행정 전문가로 2019~2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2015~17년에 이어 2021년부터 다시 광주비에날레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가 보기에 현재 비엔날레는 국제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중심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이 성장했지만, 소위 '돈 되는' 작품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비엔날레는 새로운 도전 의식을 가진 숨은 미술가를 발견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현대 미술사의 전초병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현재의 비엔날레에 50%도 만족하지 못한다. '비엔날레의 위기'라는 말도 나오지만, 우리는 이를 기회로 삼아 비엔날레의 본질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지난 두 달간 약 25만 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12회 행사와 비교해 비슷한 수치지만, 이전보다 단체 관람객이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에 성과가 더 크다고 주최 측은 판단하고 있다. 재단 측은 폐막까지 35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진행된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기후 변화와 페미니즘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담론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는 평을 얻었다. 이전 행사와 비교해 '광주 정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내재화하고, 동시대적인 화두를 늘려 대중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이와 함께 전시 기간 이숙경 예술감독이 영국 맨체스터 대학 휘트워크 뮤지엄 관장으로 임용되고, 참여 작가인 모리유코가 이번 전시를 통해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일본관) 대표작가로 선정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올해 처음 제정한 '박서보 예술상'이 지역 미술인들의 반발로 폐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재단 측은 새로운 명칭으로 예술상 제정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일각에선 '광주가 베니스(비엔날레)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도전적인 시도를 해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년에는 내공을 갖춰 실험의 장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내년 광주비엔날레는 '공간'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고 행사 준비에 착수했다. 앞서 테이트 트리엔날레, 타이베이비엔날레, 이스탄불비엔날레 등을 기획한 니콜라 부리오는 세계 미술계에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대표는 "신임 감독에게 아시아를 넘어 세계 비엔날레를 생각해 보는 전시를 기획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미술 문화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광주비엔날레는 본 전시 외에 특정 국가의 전시관을 선보이는 파빌리온(국가관)을 현재 9개에서 2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국가관이 늘어나면 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유인책이 돼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재단 측은 기대하고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두 달간 1만7000명에 이른다.
박 대표는 "비엔날레가 아니면 지역에 이 정도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내년에 20개, 차기 행사에 50개까지 국가관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