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이나 걸리는 산 속에 미술관을 지으면 누가 오겠습니까."

"오게 만들도록 좋은 미술관을 지어주세요. 꿈은 클수록 좋습니다."

2005년 10월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나눈 대화다. 2005년 '뮤지엄 산'의 설계를 안도 타다오에 맡기고 2013년 개관한 뮤지엄 산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의 전경. 물에 띄운 조각을 지나 뮤지엄으로 가게 하자는 안도 타다오의 아이디어에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흔쾌히 동의해줬다./연지연 기자

강원 원주시에 지어진 뮤지엄 산은 이를 개념해 공간을 설계한 안도 타다도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을 오는 4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회에는 안도 타다오의 반세기 도전적인 건축세계를 대표하는 기록물 250점이 포함됐다.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안도의 전반기 건축 작품부터 30년 동안 걸쳐 완성한 나오시마 프로젝트,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공공 장소에서 건축 작품과 2020년 준공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모두 담겨있다. 전시는 크게 공간의 원형, 풍경의 창조, 도시에 대한 도전, 나오시마 프로젝트, 역사와의 대화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의 제시어는 청춘.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낸 과정에서 다시 희망을 품고 회복으로 나아가자는 뜻이 담겼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자 매일매일 더 나은 설계를 한다는 스스로의 신념이자 인생을 대하는 그의 도전의식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기도 하다.

노은실 뮤지엄 산 치유 큐레이터는 "도쿄·파리·밀라노·상해·북경에서 열렸던 개인 전시회에선 '도전'이라는 제시어로 전시가 꾸려졌지만 이번 전시에서 제시어가 '청춘'으로 바뀌었다"면서 "이는 뮤지엄 산이 그에 걸맞는다는 안도 타다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도 타다오는 "고 이인희 고문과 함께 상의하면서 뮤지엄 산은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31일 강원도 원주에서 뮤지엄 산의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지연 기자

특별히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한 협업한 결과물도 전시됐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의 도면을 서울대·중앙대·강원도 학생들이 실제 모형을 만들었다. 노 치유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안도 타다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개인전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시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도 타다오는 31일 뮤지엄 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 곳에 와서는 '예술이 있고 자연이 있는 곳이었지, 하루종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지. 그런데 서울에선 좀 멀었지….'라는 여유있는 생각을 한번쯤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인희 고문이 살아있을 때 개인전을 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뮤지엄 산은 대자연 속에 자리한 문화공간에서 예술의 향유를 통한 힐링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지어졌다. 뮤지엄 산이라는 이름도 공간(Space)과 예술(Art), 자연(Nature)의 앞글자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처음 지을 때 아무도 찾지 않는 미술관이 될 것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연간 20만명이 찾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