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팝아트 화가 무라카미 다카시(61)의 개인전이 한 달 연장됐지만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전시가 연장되면 종전처럼 관람객이 밀려들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깨졌다.

함께 전시되고 있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으로도 덩달아 관객들이 유입되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 모습./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미술관으로 관객 끄는 무라카미 다카시전… 연장에도 관객 붐벼

22일 부산시립미술관에 따르면 이우환과 그 친구들 네번째 시리즈인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전이 오는 4월 16일까지 연장됐다. 지난 1월 26일 전시가 시작된 이래로 누적 관람객만 10만명 수준이다.

이 전시에는 회화, 대형조각, 설치, 영상 등 최근 작품과 미공개 초기작까지 모두 170여 점의 작품이 포함됐다. 이 중에서는 그룹 빅뱅의 멤버인 탑과 G드래곤의 소장작도 포함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회고전으로 평단에서는 이토록 많은 작품을 한 데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작품 전시를 연장하면서 부산시립미술관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초기 전시 작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작품 몇 점이 빠진 전시를 이어가는 건 관람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초기 전시작이 모두 자리하도록 소유주들과 입장을 조율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통상 전시가 연장되면 관람객 열기가 줄기 마련이지만 무라카미 다카시전은 다르다. 평일 평균 2500명, 주말 평균 4000명 이상의 관람객 수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평일 낮 도슨투 투어도 여전히 많은 편"이라면서 "작품 주위를 두겹, 세겹으로 둘러싸서 설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이 많았다"고 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전후 일본 애니메이션과 함께 성장한 세대다. 일본의 서브컬쳐를 시계의 중심이 된 서구 미술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다카시의 작품엔 일본화가 있고 일본 특유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다카시는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일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소질이 없어 화가로 자리잡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라카미좀비'라는 메인 타이틀 아래 '귀여움'과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에서 전개되는 '좀비 미학'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둘러싸고는 평단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관객에겐 충분한 재미를 준다.

김덕희의 퀀텀 드림./연지연 기자

◇ 장래 유망한 부산기반 신진작가전… 관통 주제는 '불안'

다카시전을 관람한 관객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부산시립미술관의 정례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전이다.

부산시립미술관 본관 3층 대전시실에서 이뤄지는 이 전시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의 실험정신과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의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한다는 취지로 지난 20여년간 이어온 전시다.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 전시회를 통해 지금까지 역량있는 70여명의 작가를 배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는 밀레니얼 세대 김덕희, 오민욱, 조정환이다. 작가들은 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다양한 분야의 신진 작가를 추천한 후 내부 선정위원회를 거쳐 엄선됐다. 선정된 작가는 모두 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로 부산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회화, 미디어, 설치, 영상 등 작품 70여 점을 관통하는 주제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우울함이다. 인구절벽, 지방소멸의 막다른 골목을 앞에 두고 각자도생, 능력주의 담론 앞에서 벌어지는 빚투 광풍, 버블 붕괴 등을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안대웅 학예연구사는 "펜데믹 이후 문화예술계의 위축된 분위기가 담겨있다"고 했다.

전시에는 해운대의 난개발, 마천루로 대표되는 초고층 건물이 주는 위압감 등이 담겨있지만(조정환의 '타워' 연작) 또 일상적인 사건의 기록을 아름다운 빛의 흐름으로 표현해 낸 작품(김덕희의 퀀텀 드림)도 있다.

김덕희의 퀀텀 드림은 우리의 삶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의 기록을 빛으로 표현했다. 출산 장면에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는 9개의 이야기로 구성했는데, LED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각각의 다이오드가 분해됐기 때문에 원본 이미지는 추정할 수 없게끔 설치됐다. 반짝임과 소리로만 그 내용을 추측할 뿐이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상적인 사건들이, 그 사건들이 기쁘건 슬프건 감정과는 상관없이 실상은 한 인생의 빛이었음을 나타낸다.

기혜경 관장은 "청년 예술가가 코로나 시가에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분위기 쇄신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전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