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세 아줄 테킬라의 맛을 만드는 요소를 단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가베를 고르는 순간부터 쿠킹과 발효, 증류, 숙성까지 모든 단계가 합쳐져 하나의 맛을 만듭니다. 다만 독특한 아로마를 만드는 데 있어 발효는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테킬라 향의 약 80%가 이 단계에서 형성됩니다."
비리디아나 티노코(Viridiana Tinoco) 클라세 아줄 마스터 디스틸러는 지난 1일 일본 도쿄에 있는 클라세 아줄 부티크 스토어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티노코는 클라세 아줄에서 아가베 재배부터 발효, 증류, 숙성에 이르는 전 공정을 총괄한다. 일반적으로 숙성과 블렌딩에 초점을 맞춘 전문가는 블렌더, 증류 공정을 중심으로 다루는 전문가는 디스틸러로 구분되지만 티노코는 두 영역을 모두 맡고 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자치대학교에서 테킬라 공정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특히 발효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당시 연구는 클라세 아줄의 독자적인 효모 개발로 이어졌고, 현재 이 효모는 브랜드 특유의 아로마와 풍미를 만드는 핵심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클라세 아줄은 수제 세라믹 디캔터와 독특한 제조 방식으로 알려진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다. 레포사도 등 주요 제품은 여러 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했으며, 포브스가 선정한 2024년 상위 14개 테킬라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클라세 아줄만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한 가지 요소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아가베를 고르는 순간부터 발효, 증류, 숙성에 이르는 모든 단계가 합쳐져 클라세 아줄의 맛을 만든다. 와인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어떤 지역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표현이 달라지듯 아가베도 마찬가지다. 멕시코 할리스코는 크게 고산지대(Highlands)와 저지대(Lowlands)로 나뉜다. 연간 강수량과 고도, 기온, 토양 속 미네랄 등에 따라 아가베가 서로 다른 특징을 갖는다.
우리는 고산지대 아가베를 선호한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더 달콤하며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클라세 아줄의 맛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공정이 중요하다."
―여러 공정 가운데 특히 발효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발효는 독창적인 아로마를 만드는 핵심 과정이다. 테킬라 아로마의 약 80%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석사 과정에서 발효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가베를 익히는 단계에서는 증기를 사용해 향을 끌어올린다. 이어 발효 과정에서는 효모와 시간, 온도를 조절하면서 과일 향을 발현시킨다.
증류 역시 중요하다. 증류를 통해 원하지 않는 알코올 성분을 분리하고, 앞선 공정에서 만들어낸 향 가운데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남긴다. 이후 숙성 과정에서는 숙성 시간과 어떤 종류의 나무를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결국 발효 하나만 중요한 것도, 증류나 숙성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모든 단계가 합쳐져 우리가 원하는 특징을 만든다."
―프리미엄 테킬라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라면 어떤 향이나 맛에 주목하면 좋을까.
"테킬라를 마셨을 때 그 술의 기원(Origin)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아가베라는 식물 자체가 느껴져야 한다는 뜻이다. 복합성(Complexity)도 느꼈으면 좋겠다. 과일 향과 아가베 본연의 단맛, 발효에서 만들어진 향, 숙성 과정에서 더해진 나무의 풍미가 함께 어우러지면서도 아가베 자체의 존재감은 남아 있어야 한다.
숙성된 테킬라라고 해서 단순히 오크 향이 강하게 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여러 향과 맛이 복합적으로 이어지면서도 그 술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술을 많이 마시기보다 적게 마시더라도 좋은 술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테킬라도 샷으로 빠르게 마시기보다 위스키나 와인처럼 천천히 향과 맛을 즐기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데.
"클라세 아줄에서 일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테킬라를 그런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지향해 왔다. 크리스털 글라스에 아무것도 섞지 않은 니트(Neat) 상태로 따라 천천히 맛과 향을 음미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양을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품질의 술을 마시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추구해 온 방향과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도 이제 테킬라를 천천히 마시면서 향과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원래부터 그것이 테킬라를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서 클라세 아줄의 제품 개발이나 생산 방식 자체가 크게 변한 것은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다. 시장의 변화에 맞춰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기보다 시장이 우리가 해오던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클라세 아줄이 테킬라를 만드는 목적은 소비자가 우리가 만든 술을 온전히 즐기게 하는 것이다. 좋은 품질의 술을 천천히 마시면서 향과 맛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우리가 추구해 온 방향이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한국은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레퍼런스(Reference·기준)가 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이 아시아 전체의 트렌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향후 한국만을 위한 테킬라를 만든다면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은가.
"아주 우아하면서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테킬라가 될 것 같다. 오크의 풍미가 지나치게 강하기보다는 마셨을 때 테킬라가 무엇인지, 아가베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술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입안에서는 복합적인 맛을 내고 음식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한국 음식에는 매운맛이 있기 때문에 페어링이 하나의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멕시코 역시 매운 음식 문화가 있다. 이런 공통점이 오히려 두 문화를 연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