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에서 정원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어 놓은 공간이 아니었다. 귀족과 부유층의 영지에는 자연의 풍경을 옮겨 놓은 듯한 낭만주의 정원이 들어섰고,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희귀한 나무와 꽃을 수집해 심는 문화가 확산했다. 정원 곳곳에 탑과 분수, 전망대 같은 장식 건축물을 배치해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원 문화의 확산에는 당시 유럽 사회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해외 탐사와 식물 수집이 활발해지면서 아시아와 아메리카 등지의 이국적인 식물이 유럽으로 들어왔다. 산업혁명으로 철과 유리를 이용한 건축 기술이 발달하자 열대·아열대 식물을 키우고 전시할 수 있는 대형 온실도 등장했다. 정원은 자연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세계에서 수집한 식물과 당대의 기술, 소유주의 취향을 함께 보여주는 공간으로 변했다.

포르투갈 북부 페나피엘의 '퀸타 다 아벨레다(Quinta da Aveleda)'에도 이 무렵 정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영지의 역사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50년 게데스 가문의 소유가 된 이곳이 본격적인 와이너리로 변모한 것은 1870년 마누엘 페드루 게데스(Manoel Pedro Guedes)가 영지를 물려받으면서다.

그래픽=정서희

게데스는 영지를 둘러싼 담장과 정문을 세우고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포도밭에는 품종을 구분해 심는 프랑스식 재배 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퀸타 다 아벨레다의 와인 생산량은 연간 30배럴에 불과했지만, 그는 이보다 10배 많은 300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셀러부터 지었다. 그러면서 "이 집안의 미래는 와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아벨레다는 이후 5대에 걸쳐 게데스 가문이 운영하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가족 와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와인과 함께 역사를 시작한 정원도 세대를 거치며 아벨레다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현재 퀸타 다 아벨레다에는 약 8㏊(8만㎡) 규모의 정원이 펼쳐져 있다. 세쿼이아와 코르크참나무, 참나무를 비롯해 수령 300년이 넘는 유칼립투스가 자란다. 동백나무도 90종 이상에 달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연못과 분수, 티하우스와 샬레 등 여러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가족 저택 뒤편에는 한때 작은 장미정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을 채우는 것은 장미가 아니라 포도나무다. 아벨레다는 옛 장미정원 자리에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청포도 품종 가운데 하나인 알바리뉴(Alvarinho)를 심었다.

이 포도밭에서 수확한 알바리뉴로 만드는 와인이 '아벨레다 파르셀라 두 호제이랄(Aveleda Parcela do Roseiral)'이다. 포르투갈어로 '파르셀라(Parcela)'는 구획을, '호제이랄(Roseiral)'은 장미정원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장미정원의 구획'에서 태어난 와인인 셈이다.

아벨레다는 이 포도밭을 '가문의 보물'이라고 표현한다. 과거 정원에서 장미를 돌보던 것처럼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고 송이별로 선별한다. 포도가 충분히 익을 수 있도록 수확 시기도 늦춘다.

파르셀라 두 호제이랄은 특정 포도밭의 개성을 한 병에 담는 데 초점을 맞춘 와인이다. 흔히 비뉴 베르드(Vinho Verde) 하면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을 떠올리지만, 이 와인은 한 구획에서 재배한 알바리뉴를 사용하고 오크 숙성을 거쳐 보다 풍부한 질감과 숙성 잠재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포도밭의 기반은 화강암이다. 다만 표토에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아벨레다는 토양의 높은 자연 비옥도가 알바리뉴의 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밭은 서쪽을 향하고 있으며 수자원도 풍부하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하는 포도는 약 1.5㎏으로 제한한다.

수확한 포도는 송이별로 선별한 뒤 낮은 온도에서 발효한다. 와인의 80%는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나머지 2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한다. 두 와인 모두 6개월 동안 미세 효모 찌꺼기와 접촉시키고, 이 기간 효모 찌꺼기를 주기적으로 저어주는 '바토나주(bâtonnage)'도 진행한다. 이후 두 와인을 블렌딩해 병에서 추가 숙성한다.

잔에 따르면 황금빛을 띤다. 코에서는 감귤류와 흰 꽃의 향에 은은한 바닐라 향이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생생한 산도가 와인에 신선함과 구조감을 더하고 망고와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열대과일 풍미가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화강암 토양을 연상시키는 미네랄 뉘앙스가 길게 이어진다.

오렌지를 곁들인 오리 요리나 라따뚜이 등과 잘 어울린다. 파르셀라 두 호제이랄 2020 빈티지는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93점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구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사는 올빈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