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던 국내 위스키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주류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과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전체 수입 물량은 줄고 있지만 숙성 연수와 희소성을 중시하는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업체들도 15년 이상 숙성 제품부터 고숙성·한정판까지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일러스트=챗GPT DALL·E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더 글렌드로낙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처음으로 15년 숙성 제품의 전용 선물 세트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에는 12년 제품에만 전용 잔을 포함한 패키지를 판매해 왔습니다. 한국브라운포맨 관계자는 "글렌드로낙 15년 구매 수요가 늘면서 올해는 국내에 더 많은 물량을 확보했고, 이에 맞춰 추석 선물 세트 패키지도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증류소 설립 200주년을 맞은 글렌드로낙은 프리미엄 한정판의 국내 공급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20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14년 숙성 한정판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을 국내에 3000병 들여와 판매 중입니다.

다른 주류 업체들도 국내 프리미엄 위스키 수요를 겨냥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은 지난 6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18년 숙성 한정판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55주년 릴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판매가는 140만원에 달했지만 출시 당일 준비 물량이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지난 3월 한국 단독 한정판 '발렌타인 싱글몰트 글렌버기 16년 스몰배치 2'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2024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가 출시 직후 완판된 '글렌버기 16년 스몰배치'의 후속 제품입니다. 첫 제품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2년 만에 두 번째 한국 전용 에디션을 내놓은 것입니다.

배우 현빈이 지난 3월 서울 성동구 언더시티에서 열린 '발렌타인 싱글몰트 글렌버기 16년 스몰배치 2' 한국 단독 론칭 기념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주류 업체들이 프리미엄 위스키의 국내 공급을 늘리는 배경에는 위스키 시장의 소비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홈술·혼술 열풍을 타고 빠르게 늘었던 위스키 소비가 최근 진정되면서 전체 시장은 양적으로 축소됐습니다. 반면 숙성 연수와 캐스크, 희소성 등을 따져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제품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1만5662t에서 2023년 3만586t으로 약 두 배 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2024년 2만7441t, 지난해 2만2582t으로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반면 kg당 평균 수입액은 2023년 8.49달러에서 2024년 9.09달러, 지난해 10.04달러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올해 1~7월에는 수입량이 전년 동기보다 24.0% 줄었지만 kg당 평균 수입액은 22.9% 오른 11.4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입량은 46.3% 줄어 사실상 절반 수준이 된 반면, kg당 평균 수입액은 42.6% 증가했습니다.

유통 채널에서도 가격대별 판매 흐름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마트(139480)의 3만~10만원대 위스키 매출은 전년 대비 19% 줄었습니다. 반면 10만~20만원대와 20만원 이상 제품 매출은 각각 34%, 28% 증가했습니다.

26년 추석 주류 선물세트 매대 모습. /이마트 제공

롯데마트에서도 10만원 이상 위스키가 전체 위스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42.9%에서 지난해 49.0%로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3만~10만원대 제품 비중은 같은 기간 49.5%에서 42.4%로 낮아졌습니다.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에서도 올해 상반기 위스키 매출 가운데 싱글몰트 비중이 61%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싱글몰트 매출은 126% 증가했습니다. 반면 하이볼용으로 주로 소비되는 2만~4만원대 블렌디드 위스키 매출 비중은 약 30% 감소했습니다.

한 주류 유통업체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저가 위스키와 하이볼 중심으로 확산됐던 '믹솔로지' 트렌드가 최근에는 싱글몰트 등 위스키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위스키 정보와 브랜드 스토리를 쉽게 접하면서 숙성 방식이나 원액의 특징을 따져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