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경기 평택항에서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인도네시아 정부가 오는 10월 수입 가공식품에 대한 할랄 인증 전면 의무화를 앞두고 새로운 수입 검증 규정을 발표했다. 농심(004370)·대상(001680) 등 수출에 사활을 건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할랄 인증만 받으면 내달부터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제품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품을 실을 배가 도착하기도 전인 출하 단계에서부터 비관세 장벽에 부딪혔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인도네시아 한국상공회의소(KOCHAM·코참)는 최근 국내 주요 식품 수출기업 및 현지 법인을 대상으로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장청(할랄청)의 수입품 사전검사(LPPH) 규정 개정안 관련 애로사항을 긴급 수렴했다.

LPPH 개정안의 핵심은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모든 식품은 세관 신고 전에 수출국 창고까지 할랄 검사 기관의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할랄청은 할랄 인증 전면 의무화를 앞둔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의 세부 규정을 발표하고 전날(9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이번 할랄 규제는 단순 식품 성분 검사를 넘어 '운송 및 보관 프로세스 전반'으로 검증 범위를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LPPH 검수 항목에는 ▲배송 수단이 이전에 비할랄 제품에 사용된 적이 있는지 ▲적재 및 보관 창고에서 할랄과 비할랄 제품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는지 등의 물류 과정 오염 위험 평가까지 포함된다.

코참은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최소 한 달에서 최대 두 달까지 선적이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 밖에도 추가 검사 수수료에 따른 물류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물류 대행사와의 계약 구조를 일일이 재검토하고, 물류 과정 전체에 대한 할랄 전용 라인 증빙 서류를 매번 제출해야 한다.

검사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출하 창고에서 현장 검수가 필수지만, 현재도 할랄청이 지정한 전문 검수 인력과 기관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인도네시아로 출하 대기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인구가 2억 명 이상인 인도네시아는 베트남과 태국에 이은 한국 식품의 아세안(ASEAN) 3대 수출국이다.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한국 식품 규모는 연 3억달러(약 4000억원)다. 품목별로는 김 수출 규모가 가장 크다. 밀키스, 박카스 등 음료류와 불닭볶음면, 신라면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케이(K)라면 수출액은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기록하며 지난 2024년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20억 인구의 무슬림 할랄 시장 진출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할랄청의 인증과 규제를 통과했다는 품질 보증은 향후 말레이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거대 시장으로 진출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조미김과 라면 등을 수출하는 식품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입 식품에 대한 규제를 수출국 항구에서부터 하겠다는 뜻"이라며 "대응책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시행 준비 기간이 짧다 보니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경우 당장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제도 보완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코참은 국내 기업의 의견을 수렴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코참) 등과 협업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건의서를 전달하고, 현실적인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할 예정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실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검증 일정 최적화, 물류 프로세스 개선 등을 검토 중"이라며 "정부 차원의 외교적·통상적 공조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