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팔도·오뚜기(007310) 등 식품 업체들이 하반기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추석 물가 억제 정책에 따른 대규모 명절 할인 행사로 명절 전후로는 가격이 억제된 상태지만, 연휴 이후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실화하면 소비자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추석 민생 안정 대책'에 따라 농심, 오뚜기, CJ제일제당(097950) 등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자체 할인에 나섰다. 오뚜기는 라면류를 비롯해 즉석밥, 국수, 카레, 소스류 등 손이 많이 가는 명절 식재료를 포함한 392개 제품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CJ제일제당은 명절 선물 등에 주로 쓰이는 스팸 등 통조림, 즉석밥(햇반), 냉동 간편식, 육가공품 등 1256개 제품을 최대 50% 할인한다. 삼양식품(003230)은 프리미엄 라면 선물 세트인 '삼양1963 X 짜르르 우지'를 한정 출시했다.
동원F&B와 대상(001680)(청정원)은 참치캔, 햄 등 통조림 세트와 가공 식품군을 중심으로 할인 기획전을 진행한다. 풀무원은 오는 25일까지 공식 온라인몰에서 추석 명절 선물 세트를 최대 55%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 같은 명절 할인 행사는 정부와 식품업계가 함께 기획한 것이다. 그동안 국제 정세 등의 외부 요인으로 물가가 흔들릴 때 정부는 식품업체 간담회를 갖고 가격 안정을 당부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추석을 전후해서는 가급적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추석 물가 안정 행사에 19개 식품사가 참여해 총 4755개 품목을 할인하고, 대형 유통업체도 할인율을 최대 70%까지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식품업계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도 소비자 체감 할인 폭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식품업체들이 이미 대표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한 탓이다.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은 지난달 1일 육개장사발면 등 컵라면 18종의 가격을 6% 올렸고, 2위인 오뚜기는 전날부터 컵라면 가격을 각각 5.5%와 6.7% 인상했다. 오뚜기는 지난 1일부터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밥 가격도 올렸다.
문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식품업계는 추석 이후 추가 가격 인상 타이밍을 잡는 눈치 게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업계는 라면 원재료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맥 가격이 급등했고, 고환율 등 원가 부담이 누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제 공급망 불안정과 중동 분쟁에 따른 수급 불안정이 겹치면서 소맥(밀가루)의 국제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 7월 t당 228.7달러로, 지난 6월 199.6달러에서 14.5% 올랐다. 업체들이 미리 가격을 인상한 컵라면 용기의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지난 7월 t당 864달러로 직전 달 732달러에서 18% 폭등했다.
한 라면 업체 관계자는 "전쟁에, 환율 급등락, 고유가 등 대외적 변수가 모두 가격 인상을 향하고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더는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최근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나빠진 데다가 라면이 대표적 물가 관리 품목이어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