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의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Whole Foods Market)는 지난 7월 중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급 생선 통조림 회사인 피시와이프(FishWife)와 협업해 한정판 캔버스 토트백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토트백 홍보 영상은 삽시간에 다른 채널로 퍼져 나가면서 1억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회사가 생선 통조림 회사라는 것도 모른 채 7월 29일 오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랄리의 홀푸드 매장을 들렀다.
가방값이 꽤 비쌌다. 가장 큰 사이즈는 24.99달러, 세금까지 내면 약 27달러. 그 당시 한화로는 4만원에 육박했다. 중간사이즈는 14.99달러, 소형은 4.99달러였다. 구입을 망설이는 사이 SNS 계정에서 이 가방을 줄 서서 구입했다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이튿날 오전에 다시 매장을 찾았더니, 품절. 그날 오전 인근 매장 다섯 곳을 순회한 결과 단 하나 남은 가방을 손에 쥘 수 있었다.
6일 피시와이프에 따르면 이 가방은 출시 첫날 전체 물량의 70%가 팔렸고, 일주일 판매율은 99.3%에 달했다.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일부 소비자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섰고,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에는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베이에선 대형이 105달러, 중소형은 18~40달러에 팔린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에서는 중소형이 13만원에 올라와 있다.
신생 참치캔 브랜드가 어째서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일까. 미국 식품업계에서 피시와이프는 찬장 구석에 있던 참치캔을 브랜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한 색감과 개성 강한 일러스트를 앞세운 패키지는 고급 화장품을 연상시킨다. 가격은 화장품만큼 비싸다. 가장 대중적인 참치캔(90g) 3개짜리 패키지 가격은 32달러(약 4만4000원)로 한 캔에 11달러(약 1만5000원)에 달한다. 참치찌개용 동원참치 3개 세트가 약 2만원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은 이미지 메이킹이다. 지난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이듬해 "핫 걸들은 생선 통조림을 먹는다"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가격이 좀 비싸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예쁜 캔뚜껑을 열어서 빵이나 크래커 위에 생선을 올려 먹는 장면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소비자는 음식을 구매하는 동시에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
피시와이프의 인기에는 미국의 창업 경연 프로그램 '샤크탱크(Shark Tank)'도 한몫했다.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베카 밀스타인은 2024년 1월 프로그램에 출연해 투자를 유치해 냈다. 이 프로그램의 투자자들은 '생선 맛' 보다는 '브랜드'를 높게 평가했다. 실제 피시와이프는 2020년 창업 당시부터 제품을 먼저 만들기보다 브랜드와 패키지 디자인을 먼저 했다고 한다.
이번 피시와이프 토트백 열풍은 트레이더조(Trader Joe's) 토트백 열풍과도 차이가 있다. 트레이더조 가방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면 피시와이프는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경험을 앞세웠다. 홀푸드와의 협업은 피시와이프의 브랜드 전략을 생활용품으로 한 단계 확장했다는 분석도 있다. 홀푸드는 협업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과 접점을 넓힐 수 있었다. 홀푸드는 유기농·프리미엄 식품의 이미지를 갖고 있고, 피시와이프는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고급 식료품을 사는 소비자'와 '예쁜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겹치는 것이다.
최근 GLP-1(위고비 마운자로 재료) 계열 비만 치료제가 상용화된 것도 피시와이프 같은 프리미엄 소용량 식품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신약을 통해 인간의 식욕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식품업체들은 작은 양으로도 충분한 영양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 개발에 고민하고 있다. '많이 먹는 것'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중요해지는 소비 환경에서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된 소용량 통조림은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변화에 따라 회사의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창업 첫해 매출 7만5000달러(약 1억원)로 시작한 피시와이프의 지난해 매출은 약 800만달러(110억원)로 집계됐다. 기업가치는 1500만달러(약 200억원)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