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고물가와 소비 침체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버거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버거 업체들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

버거킹이 지난 26일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 '플레임그라운드'에서 공개한 플래그십 전용 시그니처 메뉴 3종. /연합뉴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버거 업체들은 지난해 일제히 외형과 수익성을 키웠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 1조4313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32억원으로 523% 늘었다.

버거킹과 팀홀튼을 운영하는 BKR의 매출은 8922억원, 영업이익은 429억원으로 각각 12.6%, 11.7% 증가했다. 맘스터치도 매출 4790억원, 영업이익 897억원으로 각각 14.6%, 22.2% 늘었다. 전국 매장의 소비자 결제액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KFC코리아의 성장세는 더 가팔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9.3% 증가한 3780억원, 영업이익은 50.6% 늘어난 24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고물가가 역설적으로 버거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점에서 한 끼에 1만원 이상을 쓰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버거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 2500원 버거부터 8만9000원 코스까지

호실적에도 업체들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와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신제품만으로 지속적인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진 데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을 가격에 계속 반영할 경우 '저렴한 한 끼'라는 버거의 강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버거킹과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의 상반된 전략이다. 버거킹 운영사 BKR은 최근 서울 성수동에 전 세계 첫 플래그십 매장 '플레임그라운드'를 선보였다. 매장 내 10석 규모의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에서는 와퍼의 재료와 버거킹의 직화 조리법을 재해석한 7코스 요리 '더 개스트로'를 제공한다.

가격은 1인당 8만9000원이다. 일반 버거 세트의 몇 배에 달하지만 사전 예약을 시작한 뒤 한 달 치 좌석이 모두 예약됐다. 기존 와퍼의 가격을 크게 높이는 대신 별도의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버거킹이라는 브랜드의 영역을 파인다이닝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다.

지난 2월 서울 성동구 노브랜드 버거 성수랩점에서 모델들이 노브랜드 버거의 '어메이징 불고기'를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반대로 노브랜드 버거는 가격 문턱을 낮췄다. 단품 가격이 2500원인 '어메이징 불고기'는 출시 약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넘어섰다. 5000원 미만으로 구성한 '어메이징' 시리즈 4종 역시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버거킹이 소비자가 버거 브랜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격과 서비스의 상단을 넓힌다면 노브랜드 버거는 가격의 하단을 낮춰 소비자 저변을 확대하는 셈"이라며 "방향은 정반대지만 브랜드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같은 목적"이라고 말했다.

◇ 해외에서 성장 기회 찾는 브랜드도

맘스터치와 롯데리아는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맘스터치는 2024년 일본 도쿄 시부야에 첫 직영점을 열었다. 시부야점은 개점 40일 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기록했다. 이후 일본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몽골과 태국, 라오스 등으로 해외 영토를 넓히고 있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턴에 첫 매장을 열며 버거 본고장에 진출했다. 올해 2월에는 싱가포르 주얼 창이공항에 매장을 열었다.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 비빔라이스버거 등 국내에서 경쟁력을 검증한 메뉴를 '케이(K)버거'로 내세워 글로벌 업체와 차별화하고 있다.

최근 버거업계의 변화는 성장세가 이어지는 동안 다음 먹을거리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제품 자체만으로 지속적인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워지면서 각 업체가 오랜 기간 쌓은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확장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예컨대 버거킹은 직화라는 강점을 다이닝 경험으로 확장하고, 노브랜드 버거는 가성비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거 시장에서 제품과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신제품 하나만으로 지속적인 차별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앞으로는 가격뿐 아니라 매장 경험과 해외 사업 등 브랜드가 가진 자산을 얼마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느냐를 놓고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