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로코노미(Local+Economy)'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한정판 제품이나 농가 지원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지역명을 하나의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하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장기 전략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농심 너구리 완도 다시마 위판 현장 연출 이미지. /농심 제공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은 1982년 '너구리' 출시 이후 40년 넘게 전남 완도 금일도 다시마를 사용하고 있다. 누적 구매량은 약 1만8500톤에 달한다. 지난 2021년부터는 '함께하는 청년농부'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청년농부들에게 누적 1793톤의 감자를 구매해 감자칩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롯데웰푸드는 약 20년째 의성군과 협업하며 '의성마늘햄' 브랜드를 키워왔고,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통해 창녕 마늘, 보성 녹돈, 진도 대파, 진주 고추 등 지역명을 전면에 내세운 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기록했다.

이처럼 지역 특산물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 특정 지역과 장기간 협력하며 산지 자체를 제품의 차별화 요소로 축적하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원재료 수급 환경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기후변화와 국제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확보를 중요한 경영 과제로 보고 있다. 계약재배를 통해 일정한 품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산지가 명확한 원료를 활용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계약재배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이 필요한 품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예를 들어 감자칩에 사용하는 감자는 일반 식용 감자와 품종이 달라 농가에 특정 품종 재배를 요청하고 이를 전량 수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원하는 품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농가 역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재배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한국의 맛 프로젝트 진도 고추 시리즈. /맥도날드 제공

소비자 인식 변화도 로코노미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산' 여부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창녕 마늘', '완도 다시마'처럼 산지가 명확한 원료가 프리미엄 이미지와 신뢰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모든 식품기업이 지역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특정 지역의 원료만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로코노미 사례를 보면 맥도날드나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시즌 한정 메뉴를 운영하는 외식업체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원료 수급의 한계 때문에 일반 가공식품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지만, ESG 활동이 소비자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분명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제품을 넘어 지역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대상그룹은 인구감소지역을 알리기 위한 '지식존중'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관광지와 특산물을 결합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충북 괴산을 주제로 대학찰옥수수와 지역 관광 명소를 함께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로코노미는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스토리와 브랜드 정체성을 연결해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예약제로 운영하는 팝업은 대부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로코노미 마케팅 통해 소비자 접점 넓어져

전문가들은 로코노미를 하나의 장기 브랜드 전략이라기보다 소비자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마케팅의 진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제품 중심의 프로모션에서 벗어나 팝업스토어와 관광 콘텐츠, 온·오프라인 체험 등을 결합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최근 로코노미는 장기적인 하나의 프로젝트라기보다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을 확대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하나의 지역이나 제품만 계속 내세우기보다는 신제품 출시나 시즌별 프로모션에 맞춰 새로운 지역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한 브랜드보다 원산지와 생산 과정이 명확한 '브랜드 진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로컬 브랜드는 산지와 생산 배경이 분명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