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36)이 임직원과 소통을 늘리고, 주요 공식 석상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며 대내외 이미지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개인사로 대중에게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고,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경영자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이 그룹장의 대내외 노출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이 그룹장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가운데 본인은 '합리적인 리더'로 부각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특히 이 그룹장은 사내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고 교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년에 약 두 차례 신입 공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하고, 그룹에서 선정하는 핵심 인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그룹장은 지난 4월 열린 '계열사 오픈이노베이션(O/I) 협의체 밋업'을 직접 주관했다. CJ제일제당, CJ온스타일, CJ인베스트먼트 등 계열사에서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담당하는 구성원이 참석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계열사 간 '연결과 시너지'를 강조했다.

이 그룹장이 지난해 11월 미래기획그룹장으로 선임된 후 그룹 차원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경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주사에 다시 합류한 이후 내부 경영에 집중해 왔다.

최근 이 그룹장이 과거와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평소 수줍은 성격으로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 공식 행사에서도 적극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식 행사에서 아버지 이 회장 옆에 자리 잡는 등 본인 역시 대외 노출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CJ제일제당 식품 미주 법인을 찾아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오른쪽 첫번째), 김홍기 CJ 대표(이 회장 오른쪽) 등 경영진 및 현지 관계자들과 함께 K-푸드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CJ그룹 제공

실제로 올해 들어 이 그룹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가 늘었다. 올해 1월 미래기획그룹장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회 'CES 2026'을 찾았다. 이어 5월에 이 회장의 북미 현장 경영 일정에도 동행했다. 당시 이 회장은 미국프로골프(PGA) 정규 투어인 '더 CJ컵'을 시작으로 CJ제일제당, 올리브영 등 주요 사업장을 돌았다.

이 그룹장의 이 같은 행보 변화는 그룹 내 역할이 커지는 시점과 맞물렸다. 그는 CJ제일제당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글로벌 식품 사업, 신사업 발굴 등을 담당하다 지난해 지주사로 복귀했고, 11월 미래기획그룹장으로 선임됐다. 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 미래 성장 동력 발굴,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등을 책임지고 있다.

이 그룹장이 처음 회사 경영에 합류한 건 2013년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뒤 그룹 공채로 CJ제일제당에 입사해 CJ그룹 경영전략실 등을 거쳤다. 2019년 9월 마약 밀반입 사건으로 업무에서 물러났다가 1년 4개월 만에 CJ제일제당으로 복귀했고, 같은 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평소에는 비교적 소탈하고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비서 없이 운전기사만 두고 있고, 육아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아들의 축구 활동을 직접 따라다니는 등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 자녀 교육 등을 고려해 서울 장충동에서 대치동 인근으로 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그룹장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면서 CJ그룹 차기 경영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의 장녀이자 이 그룹장의 누나인 이경후(41)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남편 정종환(46) CJ ENM 콘텐츠·글로벌사업총괄과 함께 계열사를 중심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