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인들의 뉴질랜드 정착이 본격화하면서 남섬 북단 테 타우이후(Te Tauihu)에 살던 원주민 마오리들의 땅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1840년대 영국의 식민 개척회사 뉴질랜드 컴퍼니(New Zealand Company)는 이 지역에 유럽인 정착촌을 건설하기 위해 마오리의 토지를 확보했다.

당시 약속 가운데 하나는 확보한 토지의 10분의 1을 원래 마오리 소유주와 후손들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었다. 마오리들이 거주하거나 농사짓던 땅도 보호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은 온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보호하기로 한 토지 일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고 이후 남아 있던 땅도 줄었다. 그나마 남은 토지 역시 마오리 소유주들이 직접 관리할 수 없었다. 정부가 지정한 관리자와 신탁기관이 대신 관리하면서 땅을 어떻게 이용하고 임대할지 결정하는 실질적인 권한도 소유주들에게서 멀어졌다.

상황이 바뀐 것은 130여년이 지난 뒤였다. 오랫동안 토지를 직접 관리할 권리를 요구해 온 소유주들은 1976년 남은 땅을 공동 관리하는 조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듬해 '와카투 인코퍼레이션(Wakatū Incorporation)'이 출범했다. 와카투는 넬슨 텐스와 기존 거주지 가운데 남아 있던 약 1394헥타르의 토지를 넘겨받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손민균

마오리에게 땅은 단순히 사고파는 재산이 아니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을 현재 세대가 돌보고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상태로 넘겨줘야 할 유산으로 여긴다. 자연과 땅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지켜야 한다는 '카이티아키탕아(Kaitiakitanga·수호자 정신)'가 대표적이다.

와카투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테 파에 타휘티(Te Pae Tawhiti)'라는 500년 장기 계획도 세웠다. 당장의 이익보다 앞으로 태어날 후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들이 자신들의 땅과 문화를 세계에 알릴 방법으로 선택한 것 가운데 하나가 와인이었다. 1998년 와카투는 다른 두 마오리 조직과 함께 '토후(Tohu)'를 설립했다. 뉴질랜드 와인협회에 따르면 토후는 세계 최초의 마오리 소유 와인회사다. 첫해 생산량은 3200케이스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연간 22만케이스 이상으로 성장했다.

'토후 아와테레 밸리 소비뇽 블랑'은 말보로 남부 아와테레 밸리에서 재배한 포도만으로 만든다. 아와테레는 말보로에서도 서늘하고 건조하며 바람이 강한 지역이다.

포도 대부분은 어퍼 아와테레 밸리(Upper Awatere Valley)의 오래된 강 테라스에 자리한 포도밭에서 나온다. 여기에 로어 아와테레 밸리(Lower Awatere Valley)의 충적토와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를 소량 더한다.

수확에는 최신식 기계 수확기를 사용한다. 포도 껍질에 담긴 향과 풍미 성분을 최대한 추출하기 위해서다. 와이너리에 도착한 포도는 압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 침전시킨 뒤 맑은 포도즙만 다른 탱크로 옮긴다.

이후 와인의 향과 풍미를 끌어올리도록 선별한 효모를 넣고 낮은 온도에서 약 21일간 발효한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효모 찌꺼기인 와 짧게 접촉시킨 뒤 다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옮겨 숙성한다. 최종 블렌딩한 뒤 안정화와 여과를 거쳐 병입, 출시한다.

잔에 따르면 레몬그라스와 달콤한 피망 향이 먼저 올라오고 갓 으깬 허브 향이 뒤따른다. 입에서는 달콤한 파인애플과 아삭한 청사과의 풍미가 나타나며 생라임과 핑크 자몽이 이를 받쳐준다. 과실 풍미가 응축돼 있지만 상쾌한 미네랄감이 균형을 잡는다. 생기 있고 신선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깨끗하고 선명하게 마무리된다.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국내 수입사는 신세계엘앤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