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면서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식품업계의 새로운 판매 채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자나 음료, 컵라면 등 간식류 위주였던 식품 카테고리에는 최근 육수와 장류, 즉석밥, 반찬류까지 등장했습니다. 식품업체들도 1000~5000원이라는 다이소 가격 체계에 맞춰 용량과 포장을 달리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뉴스1

26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다이소에는 CJ제일제당(097950)대상(001680), 동원F&B, 오뚜기(007310)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던 제품을 그대로 들여놓기보다는 용량을 줄이거나 포장 형태를 바꿔 다이소의 균일가 판매 방식에 맞춘 것이 특징입니다.

다이소의 식품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습니다.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사는 곳으로 인식됐던 다이소에서 먹을거리를 함께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식품이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판매하는 식품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오뚜기는 3분 카레를 비롯해 진라면·진비빔면·진짬뽕·열라면 등 컵라면과 즉석밥, 소스류를 다이소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코인육수를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상은 청정원 파우치형 장류와 미원, 멸치 쌀국수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동원F&B도 양반 볶음김치 통조림과 즉석밥, 김부각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저트까지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저당 디저트 업체 라라스윗은 다이소와 협업해 제로 칼로리 아이스크림과 저당 초코바·요거트바 등을 일부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과자와 라면에 머물렀던 다이소 식품 매대가 집밥 재료와 간편식, 디저트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구매딥데이터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납니다. 작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1년간 다이소 식품·음료 카테고리 구매 추정액은 1823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했습니다. 이 수치는 2만명 패널의 영수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로, 다이소의 실제 매출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전체 구매액에서는 과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스과자 구매 추정액은 458억8000만원, 봉지과자는 425억1000만원으로 두 품목을 합치면 전체의 48.5%에 달합니다.

그러나 매출 신장률만 놓고 보면 집밥이나 식사 준비에 활용할 수 있는 품목의 증가세가 더 두드러집니다. 건·견과류 구매액은 전년보다 73.1% 증가했고 양념류는 68.4%, 즉석조리식품은 47.7%, 통조림·반찬류는 40.7% 늘었습니다. 엠브레인은 이를 두고 다이소가 간식뿐 아니라 간단한 먹을거리와 생활형 식품을 함께 구매하는 채널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픽=정서희

◇ 식품 테스트베드 역할 하는 다이소

식품업체들이 다이소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구매 장벽입니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식품 상당수는 1000~3000원대 소용량 제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처음 접하는 제품이라도 큰 부담 없이 구매해 볼 수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런 가격 구조는 브랜드와 신제품을 알리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 노출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제품의 용량과 구성을 줄여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품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라며 "다이소가 식품업체들이 소비자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저가 식품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소용량 소비가 확산한 것도 다이소 식품 확대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한 번에 지출하는 금액을 낮추려는 수요 역시 1000~3000원대 식품 판매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물론 5000원을 넘지 않는 다이소의 가격 체계는 식품업체에 제약이 되기도 합니다. 고가 원재료를 사용하는 프리미엄 제품은 판매하기 어렵고, 정해진 가격에 맞추려면 용량이나 구성, 포장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탓입니다.

그럼에도 식품업계가 다이소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이 주요 판매 채널이었다면 이제는 다이소 역시 별도 상품을 기획해 공급할 만한 독립적인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물가 속 가성비와 소용량을 찾는 소비가 이어지는 만큼 다이소 매대를 차지하기 위한 식품업체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