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소비자들은 버터를 연상시키는 풍미의 무거우면서도 단맛이 강한 와인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분명히 변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마시는 양이 줄면서 와인도 더 섬세하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을 찾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토주 발폴리첼라의 와이너리 브리갈다라(Brigaldara)의 오너 안토니오 체사리(Antonio Cesari)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리갈다라는 신세계엘앤비가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다.

이탈리아 베네토주 발폴리첼라의 와이너리 브리갈다라(Brigaldara)의 오너 안토니오 체사리(Antonio Cesari)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신세계엘앤비 제공

체사리는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무겁고 농축된 와인보다는 음식과 함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브리갈다라를 대표하는 아마로네에서도 전통적인 '묵직함'보다 산도와 향, 알코올의 균형을 중시한다.

브리갈다라라는 이름은 1100년대 문헌에서부터 등장한다. 체사리 가문은 1928년 이곳을 인수해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후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1990년생인 안토니오는 4세대 오너로, 현재 형 람베르토 체사리와 함께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브리갈다라는 약 120헥타르(ha)의 농지 가운데 48ha를 포도밭으로 운영한다.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와 발판테나, 동부 발폴리첼라 등 서로 다른 고도와 토양에서 포도를 재배해 각 지역의 특성을 와인에 담는다. 국내에는 2019년 처음 선보여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브리갈다라의 양조 철학은 '힘보다 균형'으로 요약된다. 아마로네는 수확한 포도를 일정 기간 건조하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과정을 거친다. 수분이 빠지면서 당과 향, 풍미가 농축돼 일반적으로 높은 알코올 도수와 묵직한 질감을 갖는다.

브리갈다라는 이러한 전통적인 양조법을 따르면서도 과도한 농축감이나 단맛은 줄이고 산도와 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체사리는 "무겁고 진득하고 달기만 한 아마로네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며 "와인은 음식과 함께해야 한다. 한 잔을 마시고 끝나는 와인보다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잔을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브리갈다라 아마로네의 잔당은 리터(L)당 약 2g 수준이다. 체사리가 설명한 일반적인 아마로네의 잔당 10~12g보다 낮다. 그는 "아마로네 특성상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16도 안팎에서도 알코올만 튀지 않도록 산도와 향, 구조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철학을 잘 보여주는 곳이 그레차나 지역 해발 약 450m에 위치한 포도밭 '까세 베체(Case Vecie)'다. 주변 숲과 바람, 큰 일교차의 영향으로 포도가 천천히 익으며 다른 지역보다 성숙 시기도 20~25일가량 늦다. 높은 기온에서도 산도와 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체사리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높은 언덕에 포도밭을 확보하는 모험을 했다"며 "높은 고도에서는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포도를 균형 있게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리갈다라가 생산하는 와인들./신세계엘앤비 제공

까세 베체에서는 아마로네와 함께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까세 베체'를 생산한다. 코르비나와 코르비노네, 론디넬라 등 토착 품종을 활용해 발폴리첼라를 단순한 엔트리급 와인이 아니라 음식과 폭넓게 어울릴 수 있는 와인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통적으로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에서 화이트 와인 '소아베(Soave)'를 생산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다. 가르가네가 품종 100%를 사용하며 포도의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수확·압착하고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해발 약 250m의 석회질 토양에 자리 잡은 싱글 빈야드 '까볼로(Cavolo)'에서는 플로럴한 향과 세련된 스타일의 아마로네를 만든다.

그는 와인을 마시는 시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리갈다라는 아마로네를 최소 4년가량 숙성한 뒤 시장에 선보인다.

그는 "한국에서는 와인을 구입하면 바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브리갈다라 와인은 적어도 4년, 제품에 따라 6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훨씬 부드러워진다"며 "무겁고 강한 와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섬세함과 균형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