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올 초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던 주요 제빵업체들이 반년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고 있다. 당시 인하했던 제품들도 인상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부가 유도한 가격 인하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제빵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삼립 등 주요 제빵업체들은 최근 빵과 케이크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뚜레쥬르는 지난달 31일부터 빵과 케이크 총 76종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평균 8.2% 인상했다. 던킨도 이달 2일부터 도넛 39종의 가격을 평균 6.5% 인상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날부터 빵류 86종, 케이크·디저트 41종 가격을 평균 5% 올린다. 편의점 등 유통 점포에서 판매되는 빵 가격도 오른다. 삼립은 다음 달 1일부터 빵 제품 5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 올린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단행했던 상반기 가격 인하가 불과 5~6개월 만에 되돌려진 셈이다. 앞서 지난 3월 파리바게뜨는 단팥빵, 소보루빵, 슈크림빵 등 빵 6종의 공급 가격을 100원 인하했지만, 최근 다시 1600원으로 조정하며 인하 이전 가격으로 되돌렸다. 다만 당시 3500원에서 2990원으로 내렸던 세조각 카스테라는 이번에 3150원으로 인상하면서 인하 전 가격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뚜레쥬르도 비슷하다. 지난 3월 가격을 내렸던 품목 가운데 '마구마구 밤식빵'이 이번 가격 인상 대상에 포함됐다. 인상 폭은 가격 인하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그쳤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마구마구 밤식빵은 밀가루가 아니라 밤 원물 가격이 크게 올라 인하 전 가격으로 원복한 사례"라며 "원가 부담은 더 크지만 가격을 인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크게 올리는 데 대한 부담이 있어 인하 이전 수준까지만 조정했다"고 했다.
업계는 이번 가격 인상의 핵심 원인으로 밀가루보다 계란과 우유, 유지류를 꼽았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빵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오히려 계란과 우유, 생크림, 버터 비중이 훨씬 높고 최근에는 계란값 상승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유가 상승으로 포장재 가격도 많이 올랐고 인건비와 공공요금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며 "지난 2~3월 밀가루 가격이 내리면서 빵값을 내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실제 원가 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빵업계는 가맹점 부담도 가격 조정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제빵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권장 소비자가격을 제시하지만 실제 판매 가격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도 계란이나 부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졌지만 권장 소비자가격이 유지되면 혼자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며 "권장 가격을 조정해 줘야 점주들도 상황에 맞게 가격을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 "일방적 가격 인하 요구는 효과 한계"
이번 가격 인상은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과 기업의 원가 부담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에는 제분·제당 업체의 가격 인하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소비자가격을 낮췄지만, 하반기 들어 계란과 유지류, 포장재 등 원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가격 인하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상반기 가격 인하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춘 측면이 있었지만 당시에도 업계의 원가 부담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고환율이 장기간 이어진 데다 계란·버터 등 원재료와 유가, 인건비까지 동시에 오르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환율과 원자재 가격, 물류비 등 구조적인 원가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가격 안정 효과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