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서 편의점이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제품 공동 개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제조사가 제품을 개발한 뒤 유통사에 입점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제조사와 유통사가 소비자 데이터와 시장 트렌드를 공유하며 상품 콘셉트와 가격, 용량 등을 처음부터 함께 기획하는 협업이 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편의점이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고, 제조사가 신제품을 제안한 뒤 유통사와 구체화하기도 하는 등 협업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농심이 편의점 4사에 각각 다른 맛으로 구성해 출시한 포테토칩 신제품 4종. /농심 제공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롯데웰푸드(280360), 오리온(271560), CJ제일제당(097950)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최근 편의점과 공동 기획한 전용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처음부터 전국 유통망에 신제품을 출시하기보다 편의점을 통해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협업은 기획 초기부터 이뤄진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제조사와 함께 시장에서 어떤 맛과 콘셉트가 주목받을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는 키워드나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MD가 상품을 제안하기도 하고, 해외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참고해 '이런 콘셉트의 상품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제조사가 먼저 제품을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농심은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와 각각 다른 맛의 포테토칩을 출시했다. 이 시리즈는 제조사가 먼저 여러 제품을 개발해 유통사에 제안했고, 이후 각 편의점이 자사 고객층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다. 제품 특성에 따라 누가 먼저 제안하는지는 달라도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상품을 만드는 구조는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편의점별 전용 '꼬깔콘 야장시리즈'를 선보여 출시 보름 만에 80만봉 이상 판매했으며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오리온도 GS25와 협업한 '춘식이 꼬북칩 고구마탕후루맛'을 출시하는 등 편의점 전용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농심 관계자는 "모든 유통채널에 동시에 제품을 출시하면 영업 및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크지만 특정 편의점과 협업하면 유통사가 판촉활동에 힘을 보태주기 때문에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반응이 좋으면 이후 다른 유통채널로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최근에는 편의점별 한정판 맛을 동시에 선보이는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재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장수 브랜드에 새로운 맛과 콘셉트를 더하면 젊은 소비자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GS25에서 단독 판매 중인 오리온의 춘식이 꼬북칩 고구마탕후루맛과 롯데웰푸드의 꼬깔콘 마성옥수수맛. /GS리테일 제공

편의점 역시 차별화 상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협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기존 인기 브랜드에 새로운 맛을 더한 전용 상품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쉽고, 특정 편의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희소성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에 새로운 맛이나 콘셉트를 접목하면 소비자가 익숙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을 경험할 수 있고, 특정 편의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차별화 요소가 된다"며 "실제로 차별화 상품을 찾아 편의점을 방문한 후 SNS에 구매 인증과 후기를 공유하는 등 자연스러운 바이럴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 같은 협업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갈수록 세분화되고 편의점들이 차별화 상품 확보 경쟁을 강화하면서 제조사와 편의점 간 공동 기획이 새로운 신제품 개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채널에서 단독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제조사도 새로운 맛과 콘셉트를 통해 브랜드를 젊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채널과 제조사 모두에 도움이 돼 협업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