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흰우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유업체들이 올해 2분기 나란히 수익성을 개선했다. 조제분유와 단백질 등 뉴트리션 제품,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키워온 비(非) 백색우유 사업이 성장한 영향이다. 베이커리와 디저트 등 유제품 밖으로 넓힌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면서 수년간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실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267980)의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4억원으로 64.4% 늘었다. 본업인 백색우유 사업의 호조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매일유업은 상반기 원유 공급과잉으로 백색우유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포장재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도 있었다.
대신 출생아 수 증가에 따른 조제분유 판매 호조와 두유 등 비유가공 제품 판매 확대, 해외 사업 성장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성인 영양식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매일유업은 '셀렉스'를 중심으로 성인용 단백질·영양식 사업을 확대해 왔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의 올해 실적을 전망하면서 "백색우유의 정체 흐름은 지속되지만 발효유와 셀렉스, 식물성·곡물음료 등 고부가 제품군의 성장과 가공비 절감, 마케팅비 통제가 매출 증가를 웃도는 이익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중국 등 해외 조제분유 수출 확대도 국내 영유아 수요 감소를 보완할 전망"이라고 했다.
남양유업(003920)도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억8000만원으로 38.1% 늘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매출 4832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해 각각 7.9%, 79.5% 증가했다.
남양유업은 해외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분기 해외 매출은 3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7% 증가했다. 상반기 해외 매출도 466억원으로 130%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5%에서 올해 9.6%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국내에선 '테이크핏'을 중심으로 단백질 제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우유 중심의 매출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실제 남양유업 전체 매출에서 우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4.4%에서 올해 상반기 48.9%로 5.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초코에몽과 테이크핏 등이 포함된 기타 제품군 비중은 같은 기간 24.3%에서 29.2%로 상승했다.
◇ 사업 다각화 성과 가시화
유업체들이 우유 밖으로 사업을 넓힌 건 국내 흰우유 시장이 구조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에서 지난해 22.9㎏으로 줄었다.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학령인구 감소와 식생활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흰우유 소비 감소로 원유 공급과잉까지 나타나면서 유업체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흰우유 판매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기존 원유를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사업 영역은 유제품과 뉴트리션을 넘어 베이커리와 외식·디저트까지 넓어지고 있다. 매일유업은 자회사 엠즈베이커스를 통해 베이커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엠즈베이커스는 2024년 식빵 전문 브랜드 '밀도'를 인수해 소비자 대상(B2C) 사업을 강화했다. 기존 유제품과 식음료 사업에서 확보한 브랜드·유통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남양유업 역시 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를 통해 아이스크림과 커피·디저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백미당아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증가했다. 아직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우유 제조·판매에서 벗어나 외식·디저트로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유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세가 계속될지는 원재료 가격과 환율 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와 원당, 유지류 등 원재료 가격과 중동 리스크에 따른 포장재·물류비 부담이 변수"라며 "비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데 걸리는 시차도 수익성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