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 시각) 오후 3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뚜레쥬르 라하브라점. 냉장 쇼케이스에는 복숭아, 망고, 피스타치오 모양을 본뜬 케이크가 진열돼 있었다. 한때 한국에서 '오픈런(문 열기 전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것)' 현상까지 이어졌던 '아그작 케이크'로 미국에선 이날 처음 판매를 시작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진열대에는 단팥빵, 꽈배기, 김치고로케, 소금빵 등 평소에 한국에서 흔히 보던 빵들이 깔렸다. 매장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 점포는 약 320㎡(97평), 80석 규모로, 서울 압구정·강남 등 국내 주요 매장과 같은 신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북미에서 처음 적용한 곳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CJ푸드빌 뚜레쥬르 라하브라점 전경. /CJ푸드빌 제공

제품 구성과 공간은 한국 매장과 비슷했지만 고객은 대부분 현지인이었다. CJ푸드빌에 따르면 라하브라점은 라틴계 고객 비중이 60% 이상이다. 아시아계는 약 12%다. 미국 소비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한국계 미국인은 5명에 불과했지만, 응답자의 약 72%가 뚜레쥬르를 한국식 베이커리(K베이커리)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클라우드(Cloud) 케이크'다. 버터를 주로 쓰는 미국 케이크와 달리 생크림을 사용해 단맛이 덜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단팥빵, 꽈배기도넛, 김치고로케 등 한국에서 익숙한 제품도 판매 상위권에 올라 있다.

페이스트리 등 빵류는 대체로 3~6달러, 홀케이크는 40달러 전후다.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는 10~20달러대 케이크도 판매하지만, 베스킨라빈스 홀케이크는 30달러 안팎, 고급 식료품점인 홀푸드마켓의 일부 8인치 홀케이크는 39달러 수준이다. 미국 물가를 고려하면 뚜레쥬르만 유독 높은 가격대는 아니다.

케이크는 매장에서 매일 직접 만들고, 디자인도 다양화했다.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에는 시즌에 맞춘 한정판 제품을 선보인다. 안승준 CJ푸드빌 글로벌사업본부장 겸 미국법인장은 "현지에서는 생크림 케이크를 '클라우디(Cloudy)'하다고 표현하며 조금 더 프리미엄으로 인식한다"며 "일반 그로서리의 양산형 케이크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뚜레쥬르 라하브라점. /권유정 기자

뚜레쥬르가 미국에서도 한국의 제품 라인업과 특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는 게 CJ푸드빌 측 설명이다. 현지 입맛에 맞춰 빵 종류를 줄이거나 맛을 바꾸는 대신 단팥빵, 고로케, 페이스트리, 도넛, 케이크 등을 그대로 선보였다. 소수 품목만 취급하는 현지 베이커리와 다르게 접근한 것이다.

대신 원재료와 매장 운영은 미국 시장에 맞췄다. 미국산 밀가루 등을 사용해 한국에서 파는 빵과 같은 맛을 구현하고, 고객 응대와 서비스 방식도 현지 사정에 맞게 바꿨다. 안 법인장은 "미국에서는 고객을 대하는 방식 등 호스피탈리티 요소가 중요한 만큼 운영 측면의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 이후 뚜레쥬르 사업 규모는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지난 2004년에 진출한 뒤 올해 6월 기준 북미 점포 수는 205개까지 늘었다. 미국 매장의 90% 이상이 가맹점이고, 2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가맹점주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점포 확대에 맞춰 지난해 말부터는 조지아주 홀카운티 게인스빌에 약 9만㎡(2만7000평) 규모 자동화 생산 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냉동 생지, 케이크 등을 연간 1억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CJ푸드빌 미국 법인 매출은 2021년 510억원에서 지난해 1946억원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순이익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