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생맥주에 적용해 온 주세 20% 한시 경감 제도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주류업계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생맥주 한 잔당 세금 증가액은 100원대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금액 자체보다 내수 침체와 소비위축, 원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부담 요인이 추가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내년부터 생맥주 주세 20% 경감 조치를 종료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생맥주 20ℓ 케그(Keg·생맥주 통) 1통당 세 부담은 약 5000원, 500㎖ 한 잔 기준으로는 130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세금 인상 폭 자체보다 시장 환경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주류 시장은 회식 문화 축소와 음주 문화 변화, 내수 부진 등이 겹치며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제조사들은 성장보다 비용 절감과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생맥주 세제 지원 종료만으로 판매량이 크게 줄거나 시장이 급격히 변할 정도의 영향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최근 주류 소비 감소라는 구조적인 변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변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주요 업체들의 맥주 사업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트진로(000080)는 맥주 사업이 적자로 전환했고, 롯데칠성(005300)은 지난해 유지비 부담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유로 '클라우드'와 '크러시'의 케그 운영을 종료하며 생맥주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재는 캔맥주와 병맥주 중심으로 맥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상태다. 오비맥주 역시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높은 마케팅 비용과 판촉비 부담을 안고 있다.
업계는 생맥주 세제 지원 종료가 당장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비용 효율화와 사업 운영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생맥주는 병맥주나 캔맥주보다 케그 회수와 세척, 물류, 디스펜서 운영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탓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세제 개편안에 생맥주 주세 경감 일몰이 포함된 점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최근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기던 생맥주의 세 부담이 늘어나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생맥주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음식점과 주점 등 소상공인들은 이미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원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고, 제조사 역시 원부자재와 인건비, 물류비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외식업계 "가격 올리면 손님 줄고, 버티면 수익성 악화"
실제로 생맥주 대부분이 외식업장에서 소비되는 만큼 음식점과 주점 등 자영업자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생맥주 세율 경감은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맥주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 수 있고, 가격을 유지하면 점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주류 소비가 줄면서 주류업체와 자영업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주류 소비지출은 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4년 380만8000㎘에서 2024년 315만1000㎘로 10년간 17.3%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류 시장은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맥주 주세 경감 특례 종료가 시장 전반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생맥주 주세 경감 조치를 연장하거나 영구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주류업계는 법안 처리 결과를 지켜보면서 내년도 가격 정책과 사업 계획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