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지역에 맞춰 K-푸드(식품)를 내보내는 건 가짜 같은 일이다. 해외 소비자는 한국 사람이 실제로 사고 먹는 것을 그대로 사고 먹는다는 느낌을 K-푸드에서 느끼고 싶어 한다." 영국 출신 음식·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K-소비재를 대표하는 K-푸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1996년 전북 익산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가디언, 타임, BBC, CNN, 뉴욕타임스(NYT) 등 유력 언론 매체에 식품 관련 글을 기고했으며, 2017년 한국의 음식 문화를 다룬 책 '맛있는 코리아(Eating Korea): 파란 눈의 미식가, 진짜 한국을 맛보다'를 펴냈다. K-푸드의 수출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농식품과 농산업을 합산한 K-푸드+(플러스) 수출액은 70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이 가운데 농식품 수출은 53억8000만달러로, 5.0% 늘었다. 특히 유럽 지역 수출이 17.9% 증가하며 여러 수출 지역 중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전 로이터통신 특파원, 전 CNN 파츠 언노운(Parts Unknown) 에디터, 전 BBC 저널리즘 트레이너, '맛있는 코리아(그레이엄 홀리데이 Eating Korea)' 저자

정부는 이런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6월 24일 '제2차 민관합동 수출확대회의'를 열고 해외 인증 장벽 완화와 유통 플랫폼 고도화 방안을 내놨다. 해외 시험·인증서 국내 발급 품목을 현재 212종에서 2028년 500종으로 늘리고, 인증 취득 실패 시 비용 보전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한다. 화장품·생활용품 등 K-소비재의 할랄 인증 지원도 확대하며, '국가대표 K-역직구 플랫폼' 10개 사를 2030년까지 육성해 유통과 K-소비재의 융합 수출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외 인증·유통망 확보만큼이나 소비자 신뢰를 얻는 브랜딩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한다. 홀리데이 저널리스트는 K-푸드의 성장을 이끈 힘은 정부 주도 캠페인이 아니라 K-콘텐츠를 타고 자연스럽게 쌓인 문화적 인지도와 한국다움을 그대로 유지한 포장·재료의 진정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음 과제로는 마케팅이 아닌 진짜 좋은 재료의 수출을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뉴욕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의 음식들. 아토믹스

─당신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K-푸드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한참 전이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일이 다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 기억에 1996년 영국에는 버밍엄에 한식당이 하나, 런던 중심가에 하나, 런던 외곽 뉴몰든에 '코리아타운'이 있었다. 그곳 손님의 거의 100%가 한국인이었다. 2026년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한국인 손님은 소수고, 영국의 웬만한 슈퍼마켓에서 기본적인 한국 식재료를 살 수 있으며, 대부분의 도시와 마을에 어떤 형태로든 한식당이 있다.

이런 변화를 이끈 주요 계기로는 인터넷의 성장, 2002년 월드컵, 한국산 카메라·휴대폰·컴퓨터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그다음이 음악, TV 프로그램, 영화다. 이 모든 것과 함께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문화적 관심이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그 문화에는 음식도 포함돼 있었다. 1996년 익산으로 오기 전 영국에서 삼성의 필름 카메라를 샀다. 영국에 있던 한국인 친구는 한국 제품이 한국보다 영국에서 훨씬 싸다고 알려줬다. 그때도 그것이 '글로벌 가시성' 구축의 일부였다고 생각한다. 긴 여정이었고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전반적인 '문화적 인지도'의 성장이 아마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한식은 왜 일식이나 태국 음식에 비해 국제적으로 자리 잡는 데 오래 걸렸나.

"1990년대 중반부터 음식·여행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도 당연히 그 흐름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다음 '새로운 발견' 대상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식은 다른 아시아 음식보다 훨씬 늦게 주목받았다. 이제라도 한식이 서구에서 인기를 얻은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한식은 정말 훌륭하기 때문이다."

─K-푸드 문화 중 아직 해외에 잘 전달되지 않는 부분과 예상보다 잘 통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K-푸드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 한국인도 이제는 K-푸드를 외국의 어떤 맥락에서 전달해야 하는가를 따지는 건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K-푸드는 그 자체로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K-푸드를 좋아하게 되면 그걸로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 좋은 음식은 좋기 때문에 전달된다. 내가 추억하는 건 포장마차 아래 앉아 산낙지와 멍게를 안주 삼아 차가운 소주를 들이켜며, 옆에서 화로가 지글대고, 아주머니는 주문받는 그런 시끌벅적한 그 분위기다. 이는 다른 어디서도 재현할 수 없는 것이다. 정갈함을 명분으로 도시가 이런 문화를 규제하고, 없애고 있는 건 낙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이런 문화를 더 살리는 쪽으로 한다면 K-푸드의 영향력도 커지지 않을까 싶다."

1)6월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전시회에서는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했다. 뉴스1 | 2)미국 뉴욕 한국 기사식당 콘셉트의 한식당 '기사(Kisa)'. | 기사 3)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6월 7일(현지시각) 남유럽 신시장 개척을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한 K-푸드 홍보 행사. 뉴스1

─K-팝과 K-드라마가 K-푸드의 세계적 부상에 기여한 공로와 음식 자체의 힘으로 성공한 부분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나.

"분명히 모든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TV 프로그램, 대중음악, 뷰티 제품이 정부 주도 캠페인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예전에 그런 정부 주도의 캠페인을 여러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살짝, 항상 방향이 어긋나 보일 때도 있었다. K-푸드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타고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 누구도 억지로 먹여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200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셰프 로이 최가 시작한 '코기 코리안 타코 트럭'이 좋은 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계정 하나만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수백만달러를 들인 정부 캠페인 여러 개를 합친 것보다 한국 밖에서 K-푸드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로이 최는 한국계 미국인 셰프로, 2008년 말 LA에서 불고기와 갈비 등 한국식 바비큐를 멕시코의 타코와 접목한 '코리안 타코'로 인기를 끌었다. SNS로 트럭 위치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식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 전역의 푸드트럭 붐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미국 음식 전문지 '푸드&와인' 선정 '올해의 신인 셰프'에 올랐고, 이후 저소득층 지역에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공급하는 '로콜(Locol)' 사업 등을 진행했다.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K-푸드가 받아들여지는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유럽과 베트남에서 K-푸드를 경험했다. 유럽에서는 K-푸드가 여전히 약간의 호기심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일부는 건강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문화가 매우 인기 있기 때문에 K-푸드도 이와 밀접하게 연결돼 좋은 반응을 얻는 걸 지켜봤다. 베트남에서 거의 10년을 살았는데, 1997년 하노이로 이사했을 때 한식당은 딱 두 곳뿐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이 있다."

─아직 저평가돼 있지만, 확산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K-푸드나 K-식재료는.

"진짜 좋은 것, 유행이 아니라 진짜 생명력이 있는 K-푸드나, K-식재료는 자연스럽게 확산한다. 억지로 밀어붙이는 건 항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굳이 꼽자면, 한국 밖에서 사람들이 메주, 장, 참기름을 만드는 걸 보고 싶다. 메주는 K-푸드에 있어 영혼과 같은데, 메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방식으로 해외에 전해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 소비자가 K-푸드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예전이라는 오해가 많을 수 있지만, 지금 K-푸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많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K-푸드의 지역성이다. 어디에서, 어떤 계절에 무엇이 좋은지, 전북의 입맛은 다른 지역과 어떻게 다른지, 강원은 왜 국수의 고장으로 꼽히는지, 부산에서 왜 밀면을 꼭 먹어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전북에서 1년 살았는데, 그곳 음식은 확실히 더 강렬하다. 비빔밥은 차원이 다르고, 남원의 추어탕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K-푸드의 지역적 차이를 정말 좋아하고, 다른 사람도 그 점을 조금 더 배우고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출 전략 역시 이런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현재의 K-푸드 수출 업체가 해외에서 마케팅하는 방식은 어떤가.

"수출 지역의 언어로 포장지에 표시하는 것과 더불어 한국다운 채로, 또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돼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한글이 표기돼 있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예상컨대 수출 지역에서 K-푸드를 소비하는 사람도 이런 한국적인 것을 기대할 것이다. 지역 특색에 맞춰 꾸미는 건 가짜 같은 것이다. 해외 소비자는 한국 사람이 실제로 사고, 또 먹는 것을 똑같이 사고 먹는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 또 한글을 연습할 기회이기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K-푸드의 다음 성장 물결은 어떻게 올 것으로 보는지.

"K-푸드의 성장 물결은 이미 얼마 전에 도착했고, 지형은 이미 형성됐으며, 그것이 유기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상적으로는 사랑을 담아 음식을 만들고 그 사랑을 나누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야심이 없는 사람이 이끌어가면 좋겠다. 이런 나를 가리켜 어떤 사람은 히피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고 오래가는 것은 다 그런 데서 나온다. 물론 마케팅적으로 이건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다."

─한국 식품 기업에 조언하자면.

"정말 좋은 K-푸드를 해외에서 구하는 건 여전히 어렵고,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K-푸드를 접할 수 있고, 그중 일부는 아주 훌륭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역시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환경 측면에서 다르다. 이 차이의 상당 부분은 재료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매우 한국적인 K-푸드를 해외에 내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뛰어난 수제 된장, 간장, 참기름을 해외에서 보고 싶다. 퀄리티 높은 K-푸드를 반기는 소비자가 분명히 있다. 나는 2년 전 서울에 들러 사온 농협에서 만든 참기름 한 병을 아직도 아껴 먹고 있다. 값이 저렴하지는 않았는데, 그 품질에 기꺼이 값을 치를 만했다. K-푸드 수출도 이런 방식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접근법을 쓸 때가 오고 있다."

※ 이 기사는 월간 '통상'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에서 '월간 통상'을 검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