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캔의 코팅 기술과 인쇄 기술은 바뀌었지만, 캔 마개는 그대로였습니다. 이 표준 자체를 바꾸려고 합니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CEO)는 10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Xolution)의 재밀봉 캔뚜껑 'XO 리드(XO Lid)'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그니스가 2022년 엑솔루션을 인수한 이후 글로벌 기술사업 전략을 처음 공개한 자리다.
이그니스는 그동안 한끼통살, 랩노쉬, 클룹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소비재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캔 패키징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B2B(기업 간 거래) 기술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캔은 재활용률이 높고 빛과 산소 차단 성능이 뛰어난 가장 우수한 음료 패키징이지만 한 번 개봉하면 다시 닫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재밀봉이 가능해지면 대용량 음료와 프리미엄 음료 등 지금까지 캔이 진입하지 못했던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엑솔루션의 XO 리드는 플라스틱 구조물을 결합해 개봉 후에도 다시 밀봉할 수 있도록 만든 캔뚜껑이다. 이그니스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와 대량 양산에 성공한 재밀봉 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기존 캔뚜껑에서 표준을 바꾸려면 압도적인 기술력과 대량 양산이 가능해야 한다"며 "기존 생산 설비를 거의 바꾸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 호환성과 대량 생산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브랜드들이 3~5년 이상 안정성 검증을 거쳐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몬스터에너지와 글로벌 맥주·RTD(Ready To Drink·즉석음용음료) 브랜드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그니스는 유럽연합(EU)의 포장재 규제(PPWR)가 시행되면 재활용률이 낮은 포장재 사용이 제한되면서 알루미늄 캔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관련 인증도 이미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그니스는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체코와 독일로 나뉜 생산 거점을 독일로 통합하고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현재 1억2000만개에서 내년 6억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한국, 미국 등 권역별 생산 거점을 구축한 뒤 라이선스 사업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과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박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기존 캔뚜껑(SOT)보다 3~5배 비싸다면 음료업체가 채택하기 어렵다"며 "공장 내재화가 완료되면 원가를 약 40% 절감할 수 있고, 2028년 초에는 기존 캔뚜껑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기술 진입장벽과 기업공개(IPO) 계획도 언급됐다. 박 대표는 "대기업도 기술 개발은 가능하지만 안정성 검증에만 최소 3~5년이 걸린다"며 "그 사이 시장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음료업체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 여러 기업이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아직은 원가 부담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IPO와 관련해서는 "상장 준비는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주관사 선정 등 제반 절차를 밟고 있다"며 "내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