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완성'이나 '초간단 레시피'가 요리 콘텐츠의 흥행 공식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취향과 생활 방식에 맞는 조리법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구독자 68만명을 보유한 요리 크리에이터 은수저는 지난 7월 14일 조선비즈와 만나 "무조건 빨리 끝내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24시간을 들여서라도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는 사람도 있다"며 "요리에 대한 수요가 점점 개인화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은수저가 개최한 '은수저배 요리대회'는 이처럼 세분화된 요리 취향을 콘텐츠로 끌어낸 행사다. 구독자들이 자신만의 레시피와 사연을 보내면 은수저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본 뒤, 최종 후보 메뉴를 다른 요리 크리에이터들이 결승에서 재현하는 방식이다.
대회에는 총 571건의 레시피가 접수됐다. 지난달 14일 열린 결승에는 일하는 용형, 마법소년 김셰프, 맛수령, 만원요리 최씨남매, 셰프 장호준 등 5팀이 참가해 추첨으로 배정받은 요리를 100분 안에 완성했다. 레시피를 보낸 구독자들은 영상통화로 조리법을 실시간 안내했다. 최종 우승은 만원요리 최씨남매가 재현한 윤석준씨의 '하이난 치킨라이스'가 차지했다.
은수저배 요리대회는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와 구독자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보여준다. 구독자가 영상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조리 과정에 참여했고, 여러 요리 크리에이터의 팬덤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다음은 은수저와의 일문일답.
―구독자 레시피로 요리대회를 열게 된 계기는.
"평소 셰프나 요리를 잘하는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업장에서 사용하는 조리법을 물어봤다. 혼자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팁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화 요리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업장 레시피는 두세 시간씩 걸리는 경우가 많아 구독자들의 가정식 레시피는 더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오히려 더 손이 많이 가고 독특한 조리법이 많았다."
―16시간 동안 요리할 수 있다는 구독자도 있었다고.
"한 구독자는 '주말에 시간이 남아도는데 왜 두세 시간 만에 요리를 끝내야 하느냐. 저는 16시간 동안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제가 '괴인 같은 레시피'라고 표현할 정도로 예상 밖의 조리법이 계속 들어왔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대회의 판이 커졌다."
―571건 가운데 결승 레시피를 선정한 기준은.
"예선에서는 레시피와 함께 보내준 사연을 중요하게 봤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음식 뒤에 어떤 사람이 있고, 왜 이 요리를 만들게 됐는지가 중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서 레시피도 맛있는 참가자를 찾으려고 했다. 본선에 올라오기까지는 사연이 잘 전달되는지를 봤고, 마지막에는 결국 맛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구독자가 영상통화로 조리법을 설명하게 한 이유는.
"이번 대회의 핵심은 구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라는 점이었다. 요리 크리에이터들만 경쟁하면 기존 요리대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구독자가 전화로 조리법을 하나씩 알려주는 방식은 제 채널의 출발점인 '전화 요리'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레시피만 보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
―대회 영상은 요리 서바이벌보다 편안한 분위기로 만든 것 같다.
"대회 방식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00분 안에 요리를 완성하고 음식이 나오는 대로 바로 맛보는 방식이다. 다만 영상까지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유튜브는 시청자가 각 잡고 앉아서 보는 콘텐츠만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버스에서 이어폰 없이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이었으면 했다. 모든 장면을 완벽하게 다듬기보다 현장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한 요리 콘텐츠의 변화는.
"쉽고 빠른 요리만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빨리 끝내려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를 들여서라도 원하는 맛을 만들려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취향과 조리 방식이 훨씬 다양하고, 요리에 대한 수요도 점점 개인화되고 있다고 본다."
―다음 시즌도 준비하고 있나.
"이번 대회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규모였고 팀원들이 촬영과 편집에 모두 참여했다. 채널 운영자로서는 큰 모험이었지만 팀 전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매번 같은 것만 하면 재미없지 않나. 이미 다음 시즌을 기획하고 있다. 다음에는 조금 더 힘을 빼면서도 구독자들과 함께 만든다는 핵심은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