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주단체의 협상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가격 인상과 광고·판촉, 필수품목 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점주 단체와의 협의가 의무화되면서 본사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체 가맹점주의 10%(또는 1000명) 이상이 가입한 등록 점주 단체가 거래조건 변경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가 이에 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 예고했다. 협의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협의 대상에는 가격 정책과 광고·판촉, 필수품목, 영업 정책 등 주요 거래조건이 포함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6월 공정위가 가맹본부와 점주 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마련됐다. 당시 가맹본부 측은 등록 기준을 가맹점주의 5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점주 단체는 10% 기준을 요구했다. 이번 시행령은 사실상 점주 단체의 요구를 반영한 셈이다. 개정안은 법 시행일인 12월 31일부터 적용된다.

◇ 가맹본부 "대표성 논란에 의사결정 지연 우려"

업계는 이번 제도가 단순히 점주 권한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가격 인상이나 판촉 행사, 필수품목 변경 등을 본사가 내부적으로 결정한 뒤 점주에게 통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앞으로는 공식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중요한 의사결정은 점주들과 꾸준히 소통해 왔지만 앞으로는 협의 요청에 대한 답변 기한과 회의록 작성, 결과 통보 등 법적 절차가 추가되는 만큼 실무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며 "행정 부담이 이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업계는 등록 기준이 10%로 낮아지면서 복수의 점주 단체가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여러 단체가 서로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는데 어느 의견을 대표 의견으로 볼지 불분명하다"며 "특정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어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대표성이 없는 10% 단체와의 협의는 브랜드 운영의 통일성을 훼손하고 상시적인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행령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협회는 등록 요건을 최소 35~50% 수준으로 높이고, 광고·판촉과 필수품목 등 본사의 경영 판단 영역은 협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8일 서울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모습.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 점주단체 "이제야 실질적 협의 가능"

반면 점주 단체는 이번 제도가 그동안 형식에 머물렀던 협의를 실질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10% 등록 기준이 반영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최소 가입자 수를 30명으로 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가맹점이 적은 브랜드는 단체 등록 자체가 어려워 제도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고 했다.

가맹본부가 우려하는 의사결정 지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본부가 거래조건 협의 요청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제도도 협의를 무한정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정 횟수 이상 대화를 의무화한 것인 만큼 경영이 마비될 정도의 부담이 생긴다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했다.

특히 필수품목 문제가 가장 큰 변화로 꼽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단체가 필수품목 가격 협의를 하려면 전체 가맹점주의 70% 위임을 받아야 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번 제도를 통해 처음으로 단체 차원의 실질적인 협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점주 단체는 동일 안건은 180일 동안 재협의를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부가 개별 점주와 먼저 협의한 뒤 이를 이유로 단체 협의를 미루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시행 초기 운영 방식이 성패 가를 전망

업계에서는 이번 시행령이 본부와 점주 간 소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복수 등록단체의 대표성 문제와 협의 절차의 구체적인 운영 기준 등을 둘러싼 논란은 시행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과 광고·판촉 등 경영 판단 영역에서 협의가 어떤 방식으로 정착하느냐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의사결정 문화도 적지 않은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A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이미 점주협의회와 정기 간담회를 운영하며 소통해 온 브랜드는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복수 단체 운영 방식과 협의 절차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시행 초기에는 적지 않은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