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빙과업계가 '여름 특수'에만 기대지 않고 사업 구조를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출산과 내수 둔화로 국내 시장이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는 프리미엄·저당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해외에서는 현지 생산과 수출로 판매량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이 자리 잡는 모습이다.

서울 도심의 한 마트 아이스크림 코너. /뉴스1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빙과 판매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5~6월에는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빙과 판매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더워질수록 빙과 판매에는 긍정적이지만 장마가 길어지면 반대로 위축된다"며 "최근 폭염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날씨 효과만으로 쪼그라든 시장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 PO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빙과 소매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감소의 양상이다. 투게더(-13.1%), 메로나(-9%), 빵빠레(-2.25%), 붕어싸만코(-1.4%) 등 국내 장수 브랜드가 일제히 뒷걸음질한 반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인 하겐다즈는 21.2% 늘었다. 시장이 줄어드는 동시에 소비가 고가 제품으로 옮겨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어린 연령층 소비 비중이 높아 저출산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더위만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업체들은 국내에서 판매량보다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신제품 하나에 기대기보다 인지도 높은 장수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려 객단가를 높이는 방식이다. 빙그레는 메로나와 붕어싸만코를 기반으로 저당 제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병 이후 조직 통합과 업무 효율화도 추진 중이다. 롯데웰푸드도 월드콘 프리미엄, 돼지바빵, 설레임 쿨리쉬 등 장수 브랜드를 프리미엄화하거나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있다. 제로·저당 아이스크림 등 웰니스 라인업도 함께 키우고 있다.

◇ 빙그레는 수출, 롯데웰푸드는 현지 생산

반면 해외에서는 판매량 확대가 핵심이다. 접근 방식은 두 회사가 갈린다. 빙그레는 수출을 통한 시장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메로나와 붕어싸만코를 앞세워 미국·중국·베트남 등에서 수출을 늘리고 있고, 지난해 말에는 호주 법인을 설립해 오세아니아 공략에도 나섰다. 유럽에서는 식물성 메로나로 네덜란드·독일·영국·프랑스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외 신규 국가와 주요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수출에 더해 현지 생산 거점을 키우는 방식이다. 인도 법인 '롯데 인디아'를 중심으로 월드콘과 돼지바, 죠스바, 수박바 등을 현지에서 만들어 판매한다. 국내에서 만들어 실어 보내는 방식이 아니어서 물류비 부담이 적고 현지 시장 대응 속도도 빠르다. 인도 빙과사업 매출은 2020년 587억원에서 지난해 1966억원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푸네 신공장 가동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수출 실적도 함께 늘고 있다. 국내 생산분을 실어 보내는 롯데웰푸드의 빙과 수출액은 2023년 232억원에서 지난해 291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빙그레의 아이스크림·기타 품목 수출도 688억원에서 994억원으로 늘었다. 현지 생산은 수출액에 잡히지 않는 만큼, 실제 해외 사업 규모는 수출 수치보다 크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국내 시장 정체를 해외가 메우는 구조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라면·김치와 달리 조리 과정 없이 현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확장에 힘을 싣는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한국 아이스크림은 다양한 맛과 형태로 해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며 케이(K)컬처에 대한 관심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콜드체인 구축과 현지 생산 확대, 국가별 취향을 반영한 제품 개발은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