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로콜라 시장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면 후발주자인 펩시가 이에 대응하는 양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코카콜라가 펩시의 히트작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펩시 제로 슈거 라임(왼쪽)과 코카콜라 제로 레몬라임. /각 사 제공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051900)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는 전날 '코카콜라 제로 레몬라임'을 출시했습니다. 제로콜라 플레이버(향) 라인업을 확대하는 차원입니다.

국내 콜라 시장은 오랫동안 코카콜라가 시장을 선도하고 롯데칠성(005300)음료의 펩시가 뒤따르는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라임향 제로 콜라만큼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1년 '펩시 제로 슈거 라임'을 출시했습니다. 이후 라임향은 국내 제로콜라의 대표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이 충분히 형성된 후 코카콜라가 같은 계열의 제품을 국내에 출시하기로 하면서 이례적으로 선도 브랜드가 후발주자의 전략을 택한 셈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닐슨코리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펩시 제로슈거의 국내 제로콜라 시장 점유율은 출시 첫해인 2021년 2.8%에서 2022년 40.2%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47%를 기록하는 등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국내 전체 제로콜라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국내 제로콜라 시장 규모는 2021년 73억원에서 지난해 2882억원으로 약 40배 커졌습니다. 전체 콜라 시장에서 제로콜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1%에서 지난해 42%까지 높아졌습니다.

반면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 제로의 점유율은 하락했습니다. 코카콜라 제로의 점유율은 2022년 59.8%에서 지난해 53%로 낮아졌습니다. 이번 신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펩시로 이동하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의 음료사업 실적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리프레시먼트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5.1% 감소했습니다. 코카콜라와 몬스터에너지 등 일부 브랜드는 성장했지만 내수 소비 둔화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사업 전체 수익성은 악화했습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코카콜라 제로는 전 세계적으로 체리, 바닐라, 레몬, 라임 등 다양한 맛의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제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왔다"며 "코카콜라 제로 레몬라임도 경쟁사 제품과 무관하게 한국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출시한 제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선점 효과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난 6월 탄산 지속성을 강화한 '펩시 엑스트라 피즈'를 출시했고, 다음 달 2일에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펩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제품과 마케팅을 지속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 "플레이버 확보 경쟁 심화할 것"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을 계기로 국내 제로콜라 시장이 '제로냐 아니냐'를 넘어 '어떤 맛을 선택하느냐'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도 봅니다. 라임을 시작으로 체리와 레몬, 바닐라 등 다양한 플레이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는 브랜드뿐 아니라 맛과 경험을 차별화하는 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따져서 제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코카콜라가 강세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젊은 소비자들이 제로음료인지 여부에 더해 맛까지 따져 가면서 제품을 고른다"고 했습니다. 이어 "오리지널 제품 의존도가 컸던 코카콜라 입장에서는 조금 늦은 셈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플레이버 확보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