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이 단순 문서 작성이나 검색을 넘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업무로 확대되고 있다. 내수 침체와 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AI를 인력 감축 수단보다는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영역에 우선 적용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동원그룹의 AI 에이전트 사원증. /동원그룹 제공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기업들은 생산과 품질 관리, 구매, 점포 운영, 물류 등 비용 절감 효과를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업무를 중심으로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최근 동원산업(006040), 동원F&B, 동원홈푸드 등 주요 6개 계열사에 각각 AI사원(1기)을 정식 배치했다. 1기 AI사원 도입을 통해 전사적으로 절감되는 업무 시간은 연간 2만4000시간에 달한다고 동원그룹은 설명했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직원 1명이 약 12년 동안 수행해야 할 반복 업무를 대체한 것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6개 에이전트를 통해 사람이 상주하기 어려운 현장과 시간대까지 빈틈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동원그룹의 설명에 따르면 동원산업에 배치된 에이전트는 60여 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실시간 점검하고, 동원F&B의 에이전트는 건강식품 전문 매장 고객 응대를 지원한다. 동원시스템즈에선 고객사별 최적 운임 배차 요청서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일을 하고, 동원건설산업에선 건설 견적을 자동화한다. 동원그룹은 하반기 중 2기 AI 사원을 추가 도입해 적용 범위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신상품 기획 단계에 생성형 AI 엔진을 연동했다.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AI를 활용해 현재까지 새로운 맛 3가지를 개발했다. AI가 소셜미디어(SNS)의 버즈량(언급 횟수), 자사몰 검색어 트렌드, 시즌별 선호 플레이버(맛) 조합을 교차 분석해 최적의 콘셉트를 도출한 결과다.

농심(004370)은 부산 녹산 수출 전용 공장을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하고 있다. 생산 라인에 설치된 AI가 제품 사진 수십만 장을 학습해 면 굵기와 포장 상태, 인쇄 불량 등을 판별하고, 향후에는 설비 이상과 생산 차질까지 예측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생산 공정의 마지막 품질 검사 단계"라며 "기존 X선 검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포장 인쇄 불량 등까지 걸러낼 수 있어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AI를 인건비 절감이나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산과 품질 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AI를 적용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삼양그룹 'SAMI 2.0' 홈 화면. /삼양그룹 제공

사무 업무도 AI를 통해 효율화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자체 AI 플랫폼 'SAMI 2.0'을 구축해 법령 검토와 거래처 주문, 원부자재 입고, 전표 심사, 원재료 가격 분석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도 자체 AI 플랫폼 '다이나이'를 통해 문서 작성과 뉴스 요약은 물론 인사, 직영점 운영,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AI가 지원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AI 활용이 소비자 마케팅 영역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굽네치킨은 생성형 AI로 제작한 광고와 숏폼 콘텐츠를 선보였으며, 소비자가 가사를 입력하면 AI가 모델 추성훈의 목소리로 광고 음원을 제작해주는 'AI CM송 콘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리아는 AI를 활용해 브랜드 역사를 담은 광고를 제작하고,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의 얼굴을 AI로 합성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운영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와 물류, 유통 등 노동집약적인 식품산업 특성상 반복 업무 비중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AI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산업은 제조와 물류, 유통 등 노동집약적인 공정이 많고 반복 업무 비중도 높은 만큼 다른 산업보다 AI를 적용하기에 적합한 분야"라며 "단순한 사무 업무를 넘어 원재료 조달과 생산, 공급망 관리 등 기업 수익성과 연결되는 영역부터 AI 도입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굽네치킨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광고 영상. /굽네치킨 공식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