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첫 비행에 성공한 '카탈리나(Catalina)'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역에서 활약한 장거리 초계 비행정이다. 육상 활주로는 물론 바다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수륙양용 항공기다. 최대 20시간에 달하는 긴 항속거리를 바탕으로 정찰, 대잠수함 작전, 폭격 임무 등을 수행했다. 광활한 바다를 누비며 연합군의 눈과 귀 역할을 했던 카탈리나는 당시 가장 신뢰받는 해상 정찰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카탈리나는 전투뿐 아니라 조난자 구조 임무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망망대해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해내며 '바다 위의 천사'라는 별칭을 얻었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남태평양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항공기로 기억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지금도 카탈리나 비행정을 항공 유산으로 보존하며 당시의 활약을 기리고 있다.

뉴질랜드 말보로의 와이너리 카탈리나 사운즈(Catalina Sounds)는 이 비행정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와이너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남태평양을 누볐던 카탈리나 비행정의 개척 정신과 자유로운 탐험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담고자 했다. 여기에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해안 지형인 ​말보로 사운즈(Marlborough Sounds)를 결합해 '카탈리나 사운즈'라는 이름을 완성했다. 와인 라벨에도 비행정이 바다 위를 비행하는 모습을 담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말보로 사운즈는 뉴질랜드 남섬 북동부에 위치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수많은 만과 섬,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뉴질랜드 대표 자연경관으로 꼽힌다. 태즈먼해와 태평양이 만나는 이 일대는 서늘한 해양성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큰 일교차를 갖춰 포도의 산도와 향을 유지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연조건은 말보로 소비뇽 블랑 특유의 선명한 과실 향과 미네랄리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카탈리나 사운즈는 말보로 남부 와이호파이 밸리(Waihopai Valley)​에서 2005년 설립됐다. 대표 포도밭인 '사운드 오브 화이트(Sound of White)'​는 해발 약 200m의 고지대에 자리해 말보로에서도 비교적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갖춘 곳이다. 포도는 다른 지역보다 늦게 수확되며, 긴 숙성 기간을 거쳐 뛰어난 산도와 풍미를 갖추게 된다. 와이너리는 이곳에서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피노 누아 등을 재배하며 프리미엄 라인을 생산하고 있다. '사운드 오브 화이트'라는 이름은 겨울이면 눈으로 뒤덮이는 포도밭과 산맥이 만들어내는 새하얀 풍경, 그리고 그 속에 감도는 고요함에서 영감을 얻었다.

카탈리나 사운즈의 와인메이커인 매슈 워드(Matthew Ward)​는 말보로 출신으로 뉴질랜드의 마히(Mahi), 세레신 에스테이트(Seresin Estate), 위더 힐스(Wither Hills) 등에서 양조 경험을 쌓았다. 이후 프랑스 부르고뉴 메르소와 미국 오리건, 독일 등 주요 와인 산지에서 국제적인 양조 감각을 익혔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말보로 소비뇽 블랑 특유의 신선한 과실미에 복합미를 더하는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이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저온 발효해 신선한 과실 향을 강조하는 반면 '카탈리나 사운즈 화이트 배럴'은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송이째 압착한 뒤 자연 효모로 발효한다. 이후 500리터 크기의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수개월간 천천히 발효를 진행하고, 약 11개월 동안 효모 찌꺼기와 함께 숙성한다. 일부 젖산 발효를 거쳐 크리미한 질감과 복합미를 더했다. 오크 향을 과도하게 입히기보다 포도 본연의 미네랄과 질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양조 방식 덕분에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보다 한층 깊이 있는 구조감과 숙성 잠재력을 갖춘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생강과 라임 제스트, 멜론 향이 어우러지고, 젖은 강가의 돌을 연상시키는 미네랄 향이 이어진다. 입안에서는 귤과 자몽, 향나무 열매의 풍미가 부드러운 질감과 조화를 이루며 긴 여운을 남긴다. 훈제 또는 그릴에 구운 생선, 연어 리예트, 염소치즈, 크림 파스타, 페스토 파스타 등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