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주말이나 인기 전시가 열리는 날이면 카페와 식당 앞에 긴 줄이 늘어섭니다. 전시를 본 뒤 식사하고 카페에서 쉬거나 문화상품을 구경하는 것이 하나의 관람 코스로 자리 잡은 덕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외식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380만명이 찾을 정도로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식음료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대형 상권이 형성됐습니다. 한국적인 메뉴와 브랜드를 국내외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외식업체들이 운영권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롯데GRS '한식미관'./롯데GRS 제공

2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지난 16일 국립중앙박물관 서관 전시동 1층 푸드코트 '한식미관'을 새단장해 문을 열었습니다. 약 275평, 316석 규모로 비빔밥과 국·탕, 분식, 중·양식, 치킨 등을 판매하는 5개 코너로 구성했습니다.

한국 전통 지붕의 곡선과 처마를 입구에 적용하고 조선시대 회화에서 영감을 얻은 색상을 매장 곳곳에 사용했습니다. 육개장 떡갈비 반상과 오색 삼장 한상 등 박물관 전용 메뉴도 내놨습니다. 롯데GRS 측은 "앞으로도 다양한 상권에 맞춘 차별화된 식음료 위탁운영 모델을 개발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이디야커피는 지난 3월부터 박물관 내 카페 5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사업자 선정에는 이디야를 비롯해 CJ프레시웨이, 롯데GRS,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 삼성웰스토리, 푸디스트, 아워홈 등 8개 업체가 뛰어들었습니다. 이디야는 협상 순위 1위에 올라 최종 운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업체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운영권을 두고 경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객력입니다. 올해 1~6월 관람객은 379만5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관람객이 300만명을 넘어선 것은 개관 이후 처음입니다. 2024년 연간 관람객 378만8785명도 이미 넘어섰습니다. 외국인 관람객은 같은 기간 68.8% 늘어난 16만5404명을 기록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와 특별전, 어린이박물관, 야외 공간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오랜 시간 머무릅니다. 체류 시간이 길수록 커피와 간식은 물론 한 끼 식사 수요도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박물관 내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식음료 매장은 제한적입니다. 수많은 점포와 경쟁하는 거리 상권과 달리 관람객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와 학생, 가족, 중장년층, 외국인까지 고객층이 다양해 특정 시간대나 연령층에 대한 의존도도 낮습니다.

◇ K푸드 알리는 쇼케이스

국립중앙박물관 입점은 매출 이상의 브랜드 효과도 냅니다. 이디야는 검은깨와 김부각, 배·모과, 흑임자 등 한국적인 식재료를 활용한 특화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골목과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성장한 토종 커피 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에서 '케이(K)카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셈입니다.

롯데GRS도 한국적인 공간과 식기, 박물관 전용 메뉴를 적용하고 다국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했습니다. 전국 매장에서 박물관 전시를 홍보하고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도 공동 운영할 계획입니다.

외국인의 메뉴 선호도와 가격 수용도, 다국어 주문 방식 등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반응이 좋은 메뉴와 운영 방식을 공항이나 해외 매장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디야커피 국립중앙박물관점./이디야커피 제공

◇문화시설로 넓어지는 컨세션 사업

국립중앙박물관 입점 경쟁은 외식업체들의 컨세션 사업 확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컨세션은 공항과 철도역, 병원,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식음료 매장을 위탁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롯데GRS는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예술의전당 등에서 운영권을 확보하며 사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올해 1~5월 컨세션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60% 증가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입점은 공항과 역사 중심이던 사업이 문화시설로 확장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박물관에도 전문 외식업체 유치는 필요합니다. 급증한 관람객을 안정적으로 수용하고 식사와 휴식,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동선을 갖추면 체류 시간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유물을 보는 장소에서 식음료와 쇼핑, 휴식을 함께 즐기는 K컬처 복합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외식업체에는 수백만명이 모이는 상권이자 브랜드 홍보 무대이고, 박물관에는 관람 경험을 완성하는 기반 시설인 셈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박물관 내 식음시설은 관람객 편의를 위한 부대시설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체류 시간을 늘리고 전체 관람 경험을 완성하는 핵심 콘텐츠로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안정적인 집객력에 외국인 관광객 대상 브랜드 홍보 효과까지 갖춘 만큼 주요 외식업체들의 운영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