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구독 서비스가 정수기와 생활가전을 넘어 침대와 소파, 사무가구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구업체들은 수백만원대 제품을 매월 나눠 낼 수 있도록 해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청소와 점검·수리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수요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일회성 판매에서 벗어나 고객과 장기간 관계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 코웨이가 연 매트리스 렌털… 가구업체도 가세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구 렌털의 가능성을 일찍 보여준 곳은 코웨이다. 코웨이는 2011년 매트리스 렌털에 정기 위생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선보였다. 2022년에는 슬립·힐링케어 브랜드 '비렉스'를 출범시키고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 모션베드, 안마의자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지난해 코웨이의 국내 침대 사업 매출은 3654억원으로 전년보다 1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렉스의 국내외 연결 매출도 7199억원을 기록했다. 고가 제품의 구매 비용을 분산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해 주는 방식이 침대 사업의 성장 기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에는 전통 가구업체도 구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까사의 수면 브랜드 '마테라소'는 지난달 18일 매트리스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36·48·60개월 가운데 기간을 선택해 매월 구독료를 내고, 완납하면 제품 소유권을 넘겨받는 구조다.
상품은 제품과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이직형'과 방문 관리를 포함한 '케어플러스형'으로 나뉜다. 베이직형 총납부액은 일시불 구매가와 비슷한 수준이며, 케어플러스형은 12개월마다 매트리스 클리닝을 제공한다. 제휴카드 최대 할인을 적용하면 마테라소 베이 퀸사이즈를 월 1만원대부터 이용할 수 있다. 까사미아의 마사지 리클라이너 '캄포 레스트'도 구독 대상에 포함됐다.
가정용 가구에 집중됐던 렌털 시장은 기업용 사무가구로도 확장하고 있다. 퍼시스는 지난 1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무가구 렌털 서비스를 출시했다.
퍼시스는 책상과 의자뿐 아니라 설치와 애프터서비스, 부품 교체, 정기 점검, 의자 클리닝 등 운영·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기업 고객은 전용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사무실 도면과 가구 배치, 계약 기간, 제품별 관리 이력을 확인하고 관리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직원 수가 변하거나 사무실을 이전할 때 가구를 새로 구매하고 처분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기업은 초기 투자비를 분산하고, 가구업체는 제품 판매를 넘어 사무공간 관리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 초기 부담 낮추고 반복 매출 확보
가구업체가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가 제품의 가격 문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매트리스와 모션베드, 기능성 소파는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월 납부 방식을 적용하면 소비자의 초기 부담이 줄어든다. 업체는 일시불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효과도 있다. 기존 가구 사업은 이사와 혼수, 아파트 입주 등 특정 시기의 수요에 실적이 좌우된다. 반면 구독 계약은 수년에 걸쳐 매출이 발생하고, 애프터서비스 과정에서 고객과 지속해서 접촉할 수 있다. 향후 침대 프레임이나 침구, 리클라이너 등 연관 제품의 추가 구매를 유도하기도 쉬워진다.
다만 모든 가구에 구독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식탁과 수납장 등 일반 가구는 교체 주기가 길고 정기적으로 관리할 필요도 크지 않다"며 "방문 인력과 물류·수리 체계, 고객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야 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구 구독은 매트리스와 모션베드, 전동 소파처럼 가격이 높고 위생 관리나 부품 수리 수요가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 변경과 공간 재배치가 잦은 기업용 사무가구도 구독과 결합 효과가 높은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경쟁의 성패는 월 이용료보다 관리 서비스에 달릴 전망"이라며 "정기 클리닝과 부품 교체, 신속한 수리 등 일시불 구매와 다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면 장기 할부와 차별화하기 어렵다. 제품 품질과 사후관리 체계를 함께 갖춘 업체만 구독을 안정적인 반복 매출원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