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업계를 둘러싼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심의와 입점업체 공동협상권 도입 추진에 이어 최근 법원의 배달라이더 근로자성 인정 판결까지 나오면서 업계 전반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각 별개의 사안이지만 플랫폼 규제 기조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사업 모델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소기업·소상공인이 공동으로 플랫폼과 가격, 수수료, 거래조건 등을 협상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담합으로 보지 않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배달앱 입점 자영업자 단체들이 수수료와 광고비, 노출 방식 등 주요 거래조건을 공동으로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반면 배달앱 업계에서는 협상 창구가 다수로 분산될 경우 플랫폼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최혜 대우 요구 과징금 관련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는 최혜 대우 요구, 자사 배달 우대, 끼워 팔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양사가 신청한 동의의결도 기각되면서 과징금 부과 절차가 본격화했다. 업계에서는 위반이 모두 인정될 경우 양사 합산 수천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과징금 자체보다 향후 플랫폼 거래 관행 전반에 대한 규제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규제가 전반적인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도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8일 서울고법 민사38-1부(재판장 이지영)는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라이더 전모 씨가 중소 배달대행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업계는 이번 판결이 특정 배달대행사의 운영 방식에 대한 판단인 만큼 배달 플랫폼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당 사건은 근무시간 통제와 배차, 휴가, 복장 관리 등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이뤄졌던 개별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특정 업체와 라이더 간 계약 관계에 대한 판단"이라며 "대형 플랫폼은 근무시간을 통제하거나 출퇴근을 관리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이 알고리즘을 통한 배차 관리와 페널티, 관리자 지시 등 간접적인 통제도 근로자성 판단 요소로 본 만큼 향후 유사 소송에서는 플랫폼과 배달대행사의 운영 방식 전반이 보다 엄격한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은 개별 사례지만,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쌓이면 플랫폼 업계가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산업별 특성 고려한 규제 접근 필요"
이에 더해 국회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압박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은 커졌지만 플랫폼이 중개수수료와 광고·배달비를 결정하는 구조를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현재 국회엔 수수료 상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다수 계류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제는 해외에서는 시행 후 다시 철회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규제 움직임에 대해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판매자와 소비자,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구조인데 이를 법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 본연의 플랫폼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노동자 보호나 소상공인 보호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산업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