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업계가 흰 우유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생과 식습관 변화로 흰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과 보관 편의성을 앞세운 수입 멸균우유가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유업체들은 단백질 음료와 발효유, 식물성 음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는 한편 외식,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매일유업의 단백질 음료 셀렉스 프로핏 스포츠 와일드 초코 제품 이미지./매일유업 제공

◇ 미국산 이어 EU산 멸균유 관세도 철폐

14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2021년 26.6㎏이었던 1인당 소비량은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인구가 줄어든 데다 커피와 탄산음료, 단백질 음료, 식물성 음료 등 대체재가 다양해진 영향이다.

반면 수입 멸균우유는 가격 경쟁력과 상온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멸균유 수입량은 5만740t으로, 2016년 1214t보다 약 42배 늘었다. 올해 1~5월 수입량도 2만1643t으로 집계돼 현재 추세라면 연간 수입량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관세 장벽도 사실상 사라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우유 관세는 올해 1월부터 0%가 됐고, 유럽연합(EU)산 우유 관세도 이달부터 완전히 철폐됐다. 실제 롯데마트 온라인몰에서는 폴란드산 '믈레코비타 갓 밀크' 멸균우유 1L 제품이 1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대형 유업체의 흰우유 1L 제품이 대체로 3000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약 35% 저렴하다.

흰우유 판매 감소에 맞춰 원유 매입량을 곧바로 줄이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생산량을 단기간에 조절하기 어려운 데다 유업체의 음용유용·가공유용 원유 구매 물량도 협상을 거쳐 정해진다"며 "흰우유 수요가 줄면 확보한 원유를 발효유와 치즈, 분유 등에 활용해야 하지만 가공유제품 시장은 저렴한 수입산과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지난 9일 몽골 대표 식품 유통기업 '막시무스 디스트리뷰션'과 3년간 100억 원 규모의 K-푸드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사장), 배상곤 막시무스 대표, 토그미드 도르지한드 몽골 부총리./남양유업 제공

◇ 매일은 다각화, 남양은 수익성 회복

매일유업은 식물성 음료와 컵커피, 성인 영양식, 환자식 등으로 일찌감치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435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00억원으로 103억원 줄었다. 유가공 부문을 제외한 기타 부문 매출은 2023년 6860억원에서 지난해 7456억원으로 8.7%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5%에서 40.4%로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고단백·무가당 발효유와 성인 영양식 셀렉스를 중심으로 제품군과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 바셋 등 외식 브랜드를 통해 자사 우유와 치즈, 생크림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업 간 거래(B2B)와 외식 사업의 시너지도 강화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수익성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141억원으로 전년보다 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2020년 이후 5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저수익 제품을 정리하고 불가리스와 초코에몽, 테이크핏 등 핵심 브랜드에 투자를 집중한 결과다.

특히 단백질 음료와 B2B, 수출을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올해 1분기 테이크핏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2% 늘었고, 수출액은 81% 증가했다. 현재 조제분유와 커피, 단백질 음료 등을 약 20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흰우유 판매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국산 원유를 단백질 음료와 발효유, 프리미엄 유제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카페·급식·외식업체와 해외 시장까지 판매처를 넓혀야 수입 멸균우유 확대와 내수 시장 축소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