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진출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업계 1위 배스킨라빈스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나뚜루도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한화갤러리아는 자체 브랜드 '벤슨'을 키우고 있고,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Van Leeuwen)'도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밴루엔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 /방재혁 기자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의 매출은 2024년 7126억원에서 지난해 7076억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롯데웰푸드가 운영하는 나뚜루는 가맹점 수가 2022년 34개에서 2023년 25개, 2024년 19개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롯데웰푸드는 마지막 직영 매장을 철수했습니다. 이날 현재 남아 있는 가맹점은 8곳입니다.

기존 강자들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신규 브랜드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아이스크림 시장 자체보다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아이스크림을 계절상품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과 미식 소비를 제공하는 콘텐츠로 키워 새로운 수요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들은 배스킨라빈스를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의 기준처럼 생각해 왔다"며 "커피 시장이 믹스커피에서 스페셜티(고품질) 커피로 다양해졌듯 아이스크림도 원재료와 품질을 따지는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벤슨은 서울 압구정 로데오와 갤러리아 명품관, 여의도 63빌딩 등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습니다. 올해 30개, 2027년까지 100개 매장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투썸플레이스는 올해 초 밴루엔과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3일 강남역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이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에 2호점, 신논현역 인근에 3호점을 잇달아 열 예정입니다. 초기에는 공격적인 매장 확대보다 브랜드 경험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밴루엔 관계자는 "한국 진출은 국내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디저트 경험에 대한 수요와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결정"이라며 "한국 아이스크림 시장은 이미 대중적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숙한 시장이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 세분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브랜드 경험을 함께 소비하는 사업이라는 점도 투자 배경으로 꼽힙니다. 백화점과 쇼핑몰 입장에서는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운영사는 굿즈와 협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등을 통해 팬덤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의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벤슨 크리머리 서울'에서 관계자가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한화갤러리아는 벤슨을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추진하는 라이프스타일 사업의 핵심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자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등 현재까지 출자와 대여금을 포함해 약 45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유통채널 확대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야구팀 한화이글스, 걸 그룹 하츠투하츠와 엔믹스, 여름 행사인 워터밤 등과 협업을 이어가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높은 원재료비와 임대료, 계절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실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기존 제품에 비해 50% 정도 높습니다. 기존 강자인 배스킨라빈스의 성장 둔화와 나뚜루의 사업 축소는 시장 포화를 증명합니다.

결국 신규 브랜드들이 기존 고객을 빼앗는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프리미엄 디저트 소비층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원재료나 제조 방식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며 "새로운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자체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