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7월 8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정부가 오는 11월부터 주류 용기 앞면에 음주 경고 문구 또는 그림을 넣는 걸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류업계에서는 "국내 주류 산업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입 가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은 물론 일부 제품의 국내 수입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오는 11월 9일부터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과 고시에 따라 주류 용기와 주류 광고에 과음 경고 문구, 경고 그림 표시 기준이 강화된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음주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과 음주 운전 등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고 문구를 제품 앞면 상표 하단에 배치하도록 했다.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도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위치를 특정하지는 않고 있다. 전면 상표 하단에 부착하도록 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업계는 이 방식이 단순히 미관을 해치는 문제가 아니라 제조·수입·유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외관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병과 라벨, 캔 디자인, 생산 공정까지 모두 바뀔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제조·유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적 문제"라고 말했다.
수입 위스키나 와인의 경우 전 세계에 동일한 병과 전면 라벨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류 관련 표시 사항은 대부분 병 뒷면에 별도 라벨을 붙인다. 한국처럼 전면 상표 하단에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하면, 제품명이나 알코올 도수, 용량 등 기존 제품 정보를 가릴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 전용 라벨을 새로 제작하거나 병 디자인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맥주는 디자인을 캔 표면에 인쇄해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전면 하단에 경고 문구를 넣으려면 한국 판매용 캔 디자인을 별도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이 많은 글로벌 브랜드는 비용을 감수할 수 있지만, 소규모 수입 브랜드나 한정 생산 제품은 한국 시장만을 위해 별도 생산라인을 운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경우 수입 가격 상승이나 소비자 가격 인상은 물론, 일부 제품의 국내 수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소규모 증류주, 크래프트 맥주, 희귀 위스키 등은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국내 양조장도 예외가 아니다. 영세 양조장은 병, 라벨, 포장재 변경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일부 증류주나 전통주는 병 자체에 브랜드명을 새기거나 독자적인 병 디자인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 금형이나 포장재를 새로 제작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역 양조장이나 소규모 생산자에게는 경고 라벨 추가 자체가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라며 "규제 대응 여력이 큰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소비자 선택권이 줄고 주류 시장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예기간도 쟁점이다. 이번 제도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다만 업계는 해외 생산 일정과 선적, 통관, 국내 유통 기간을 고려하면 6개월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통상 수입 주류가 생산부터 국내 유통까지 3~4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제품 설계 변경과 생산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존 재고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제도가 시행되는 11월 9일 이전에 반출되거나 수입 신고한 제품은 2027년 5월 8일까지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기존 라벨 제품이 시중에 남아 있다면 회수해서 신규 라벨로 교체해야 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내년 5월까지 재고 소진을 못 하면 제품을 폐기하거나 재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고 문구 위치를 전면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실제 음주 운전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음 경고 문구 표시 위치와 시행 방식에 대한 대안, 재고 판매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주류 관련 정책들이 국제적인 표준에 발맞춰 가면 주류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