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작업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아워홈 용인2공장에서 1년여 만에 또다시 유사한 끼임 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워홈 측은 사고 이후 안전설비 투자와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에 대한 투자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실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의 모습. /뉴스1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아워홈 용인2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어묵꼬치 포장라인 컨베이어벨트 회전축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이 노동자는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이 공장을 압수수색해 작업계획서와 안전관리 자료, 재발 방지 대책 이행 자료 등을 확보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강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곧 나올 것이며 고용노동부 기획 감독 결과도 별도로 나올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4월 같은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유사한 유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30대 직원은 냉각기 내부를 점검하던 중 목이 끼여 숨졌다. 사고 이후 아워홈은 제조·물류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밀 안전진단과 설비 위험성 평가를 시행하고, 안전 환경 투자 확대와 함께 도어 인터로크(가동 중 문 개방 시 자동 정지), 냉각기 드럼 진입 원천 차단, 안전난간 설치, 최고경영자(CEO) 안전경영 점검 정례화, 7대 절대 안전 수칙 운영 등을 재발 방지 대책으로 발표했다.

실제로 아워홈은 지난해 투입한 예산의 2배에 가까운 안전 예산을 올해 상반기에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워홈 관계자는 "사고 이후 관련 조치를 시행했고 이를 정리한 자료도 보유하고 있다"며 "다시 사고가 발생해 면목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유사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 생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컨베이어 회전축을 덮는 기본적인 안전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아워홈과 하청업체 안전관리자를 입건하고 비상정지 장치 설치 여부와 방호조치 미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방호 설비 강화 대책이 이번 사고 설비에는 제대로 적용됐는지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개선 조치가 현장에서 이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원인, 지난해 사고 이후 개선 조치가 이행됐는지 등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같은 사업장에서 반복된 사고인 만큼 당시 개선 명령을 받은 사항들이 실제 이행됐는지를 반드시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고는 새 정부의 '반복 산업재해 근절' 기조와도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일과 23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동일 사업장에서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3일 아워홈을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 대표들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자동 방호 장치 확충과 안전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제조업 등 1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끼임 사고 예방 긴급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안전 예산 투자도 중요하지만, 현장 실행력과 조직 문화 형성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사고 직후 기업들은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간 내 정부가 요구하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현장 위험 요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서류와 제도 중심의 대책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 작업환경에 맞게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전 예산을 늘려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여부보다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대책이 이행됐는지를 평가하는 관리 체계 수립과 시행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안전은 일회성 투자나 선언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위험을 민감하게 인식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며 "안전 예산이 실제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