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 즉석밥 코너 모습./뉴스1

저당(低糖)·고단백. 요즘 식탁을 지배하는 두 키워드다. 식품업계가 이 메가 트렌드에 올라타면서, 단순히 '덜어내는' 것을 넘어 설탕과 탄수화물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쪽으로 연구·개발(R&D)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R&D 전략을 공개했다. 당류 저감(저당)과 고단백·고식이섬유 밥(탄수화물)이라는 두 축이다.

포문은 당류 저감이 열었다. 정지우 CJ제일제당 시니어 매니저는 '당류 저감을 위한 감미(甘味) 설계 전략' 발표에서 "설탕을 대체한다는 것은 단순히 단맛을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설탕이 주는 복합적인 감각 특성을 재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 매니저에 따르면 대체 감미료를 활용한 당류 저감은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특히 국내 성장세가 가파르다. CJ제일제당 발표에 따르면 대체 감미료를 쓴 신제품 출시는 2019~2025년 글로벌 시장에서 연평균 3.2% 늘어나는 동안 국내에서 연평균 26% 이상 증가했다. 국내 '제로 슈거' 제품은 2015년 이후 10년 새 약 10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정 매니저는 "관심이 당류 절감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칼로리 개선, 클린 라벨, 천연 감미료 선호로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당을 줄이는 것을 넘어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감미 솔루션을 원한다"고 했다. 알룰로스를 비롯해 스테비아·에리스리톨·몽크프루트 등 천연 감미료가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건은 '설탕과 같은 맛'이다. 설탕은 단맛이 빠르고 강하게 올라왔다 깔끔하게 사라지는 반면, 일부 고감미료는 단맛이 길게 남고 쓴맛·금속성 뒷맛을 남긴다. CJ제일제당은 설탕처럼 부피와 단맛을 함께 내는 벌크 감미료(알룰로스 등)에 극소량으로 강한 단맛을 내는 고감미료를 조합하고, 초기 단맛을 끌어올리면서 뒷맛을 가려주는 '테이스트 모듈레이션(맛 조절)' 기술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 간극을 좁힌다고 설명했다.

'햇반'을 주력으로 팔고 있는 탄수화물 진영의 대응도 같은 논리다. 무조건 줄이는 대신, 고단백 트렌드에 올라타 밥(탄수화물) 자체를 고단백·고식이섬유로 다시 설계하는 식이다.

장일상 CJ제일제당 팀장은 "예전에는 탄수화물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탄수화물 포비아'적 유행이 있었다면, 이제는 통곡물을 함께 먹는 식으로 더 건강하게, 전략적으로 설계해 섭취해야 한다는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인식의 토대가 된 것이 지난해 국내를 달군 '저속노화' 열풍이다. 지중해식 식단을 기반으로 통곡물·콩·견과류·식이섬유가 대중화되면서 "탄수화물도 잘 고르면 건강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올해 들어 무게중심이 고단백으로 옮겨왔다는 게 장 팀장의 설명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밥 제품을 고단백·고식이섬유 수준으로 설계해 선보여 왔다. 병아리콩·완두콩보다 단백질 밀도가 높은 루피니콩(루피니빈)을 쓴 잡곡밥, 파로(Farro) 등 통곡물을 활용한 고단백 냉동밥 등이 대표적이다. 렌틸콩 함량을 40%까지 끌어올린 렌틸콩 현미밥에 대해 장 팀장은 "지난해 저속노화 트렌드의 시발점이 된 제품"이라고 했다.

이런 방향은 CJ제일제당이 전날 사업구조를 라이프스타일식품·기술소재·핵심소재 3개 부문으로 재편하며 알룰로스 등 신소재를 신설 핵심소재 부문에 배치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저당·고단백이라는 소비자 수요를 받아들여 맛과 영양을 다시 설계하는 '고품질화'로 식품 R&D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