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약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식품업계도 분주해지고 있다./AP 연합뉴스

비만 치료제 GLP-1(혈당·식욕 조절 장 호르몬) 열풍이 제약을 넘어 식품업계 지형을 흔들고 있다. 식욕이 억제돼 '덜 먹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식품·음료 기업들이 매출 방어와 신시장 창출을 동시에 노리는 대응에 나섰다.

충격은 이미 수치로 나타난다. J.P.모건은 GLP-1 확산으로 식품·음료 업계가 2030~2034년 연 300억~550억달러의 매출 감소를 겪고, 소비자 칼로리 섭취는 21%, 식료품 지출은 3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GLP-1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당뇨·비만 치료제 시장이 2025년 790억달러에서 2035년 1900억달러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고, 경구용 제품 출시와 특허 만료에 따른 복제약 진입이 저변을 넓히는 촉매로 지목했다.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글로벌 영양·소재기업 디에스엠퍼메니쉬(dsm-firmenich)의 레이 콴 고(Lay Kwan Goh) 아시아·태평양 마케팅·사업개발 총괄(부사장)은 이 변화를 "기회이자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는 자사 소비자 조사를 근거로 "GLP-1 사용자의 83%가 더 건강한 음식을 택하고 외식을 줄였다"면서도 "식사량이 함께 줄면서 단백질과 미량 영양소 섭취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변비·메스꺼움·피로 같은 부작용도 광범위해, 소화기 문제를 겪는 사용자가 10명 중 6명꼴이라는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고 총괄은 "체중은 관리되지만 소비자는 부작용부터 영양 결핍까지 여러 문제를 함께 떠안는다"며 "GLP-1은 양날의 검"이라고 했다.

레이 콴 고(Lay Kwan Goh) 디에스엠퍼메니쉬 아시아·태평양 마케팅·사업개발 총괄은 GLP-1 확산이 "기회이자 위협"이라고 했다. /장우정 기자

식품업계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GLP-1 사용자가 놓치기 쉬운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을 채워주는 영양 보완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네슬레헬스사이언스는 여러 자사 브랜드를 'GLP-1 체중관리 보완'이라는 우산 아래 묶는 멀티브랜드 전략을 펴는 한편, 단백질 20g을 담은 신규 브랜드도 내놨다. 스무디킹은 무첨가당·고단백 라인으로 GLP-1 사용자를 겨냥한다.

약 없이 자연적으로 체중관리를 돕는다고 주장하는 '천연 GLP-1' 대안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식이섬유 음료가, 미국에서는 식물 추출물로 GLP-1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내장지방을 줄인다고 내세운 제품이 등장했다. 커피에 타 먹거나 음식에 뿌리는 등 별도로 챙겨 먹지 않고 기존 식단에 얹는 형태가 많은데, 소비자가 부담 없이 꾸준히 먹게 해 섭취를 습관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다.

이런 움직임은 아직 시작 단계라는 게 고 총괄의 진단이다. 그는 "GLP-1 사용은 이제 당뇨 환자를 넘어 체중을 관리하려는 일반 소비자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발견은 계속되고 있고, 새로운 제형과 전달 방식에서 식품업계가 실험할 공간은 여전히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