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유통·외식업계가 인건비 부담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서빙로봇, 하이브리드(유·무인 운영 병행) 매장 등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인화만으로는 인건비 부담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1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근로자 측은 시간당 1만1800원, 사용자 측은 1만390원을 제시했다. 최초 요구안과 1·2·3차 수정안을 거치며 근로자는 총 200원을 내렸고, 사용자는 70원을 올렸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320원이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커질 경우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업과 유통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소비 침체로 원가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비용 압박이 한층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6%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또 최저임금이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경우 가장 먼저 검토할 대응 방안으로 '신규 채용 축소'를 꼽았다.
결국 외식 업계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자동화 투자에 공들이고 있다.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QR코드 주문, 서빙 로봇 도입 등이다. 편의점과 베이커리 업계는 야간 시간대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서비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무인 결제기를 사용하는 식당·술집은 약 8만개로 2023년(6만8000개)보다 17.6%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식당·술집(78만9000개) 가운데 무인 결제기를 운영하는 비율도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는 키오스크를 도입한 업체의 55%가 '인건비 절감'을 도입 이유로 꼽았다.
무인화가 현실적인 대안이긴 하지만 인건비 문제에 대한 완벽한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무인 운영은 본사 차원에서 시스템과 운영 체계를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나 가능한 부분"이라며 "일반 외식 업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지금은 인력을 어떻게 줄여 소규모로 운영할지 고민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주방 인력의 경우 최저임금을 훨씬 웃도는 임금을 제시해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점주가 직접 매장에서 일을 하거나, 가족 경영 형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은 서빙과 주방 등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업무가 많아 완전한 무인화는 사실상 어렵다"며 "스마트 주방이나 조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이유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점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GS25와 CU,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는 대부분 야간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외곽 지역 등 야간 매출이 부진한 매장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하이브리드 운영을 도입하고 있다"며 "다만 야간에 수요가 많은 술, 담배 등은 무인 매장에서는 판매할 수 없고, 아직 유인 운영 매장이 수익 경쟁력과 안정성 등이 더 있어 최근 하이브리드 매장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무인 매장 확대가 주춤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아마존 고(Amazon Go)' 등 일부 무인 매장을 축소했고, 일본 이온 계열 다이에도 무인 매장 '캐치앤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초기 투자비와 유지·보수 비용 대비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고 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상황이라면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수 있지만 현재처럼 소비와 고용이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대형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청년·저숙련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