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과 원재료 가격 부담, 일부 제품 가격 인하 등 악재가 이어졌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와 고환율 효과가 실적을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체별 희비는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라면과 제과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이 빠르게 성장한 삼양식품, 오리온, 농심 등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고 내수 의존도가 큰 CJ제일제당, 대상 등은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 불닭·초코파이·신라면이 실적 방어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들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대체로 전년 동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라면·제과 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삼양식품(003230)은 올해 2분기 매출 7460억원, 영업이익 17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9%, 46.4% 증가한 수치다. 주요 식품업체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다.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삼양식품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인 만큼 고환율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는 업체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외형과 이익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수요가 이어지면서 판매량 증가와 환율 효과가 동시에 실적을 밀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271560)의 2분기 매출은 8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고, 영업이익은 1376억원으로 1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성장세가 이어진 데다 제과 제품의 수출 확대가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된다.
농심(004370) 역시 2분기 매출 9230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21.6% 증가한 수준이다. 신라면을 비롯한 주요 제품의 해외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웰푸드(280360)의 2분기 매출은 1조1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고, 영업이익은 445억원으로 29.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 해외 법인의 성장세가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가 더해지며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풀무원(017810)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풀무원의 2분기 매출은 88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30.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법인 실적 개선과 국내 식품·급식 사업 효율화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K푸드 수출 증가에 고환율 효과까지
식품업계 실적을 떠받친 요인 중 하나는 K푸드 수출 증가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케이)-푸드 플러스(농식품·농산업 제품) 수출액은 3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라면, 과자류, 음료, 쌀가공식품, 아이스크림 등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라면 수출액은 4억345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었고, 과자류는 1억9390만달러로 11.4% 증가했다.
수출이 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은 내수 부진을 일부 상쇄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고물가 영향으로 외식과 가공식품 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한국 라면과 스낵, 냉동식품, 음료 등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라면은 K콘텐츠 확산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고환율도 수출 비중이 큰 식품업체들의 실적 방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해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매출과 이익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업체일수록 이 같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될 수 있다.
제과 업체의 경우 지난해까지 코코아와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CJ·대상은 이익 감소 전망
반면 내수와 소재 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097950)은 올해 2분기 매출 6조9335억원, 영업이익 27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21.3% 감소한 수치다.
국내 가공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원가와 판관비 부담, 소재 사업의 수익성 압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앞세워 해외 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 구조상 소재와 바이오, 내수 식품 비중도 큰 만큼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부담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대상(001680)도 2분기 실적이 소폭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의 2분기 매출은 1조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겠지만, 영업이익은 396억원으로 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매출 성장에도 이익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칠성의 2분기 매출은 1조1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지만, 영업이익은 622억원으로 0.3% 감소할 전망이다. 음료 사업은 여름 성수기 진입 효과가 있지만, 주류 시장 경쟁과 원가 부담이 수익성 개선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005180)도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의 2분기 매출은 42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하겠지만,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소비가 뚜렷하게 회복됐다기보다는, 수출이 늘고 고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일부 업체들이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식품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판매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은 만큼, 해외 시장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 비용 효율화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