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실제 제품처럼 만든 말차 햇반 이미지가 '좋아요' 1만개를 받은 걸 보면서 내부에서도 이걸 진짜 제품으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밥만 먹어도 맛있는 밥을 만들어보자'는 편의점의 제안에서 들기름 햇반도 연구·개발에 들어가게 됐다." (이지혜 CJ제일제당 마케터)
"1번부터 30번까지 배합이 전혀 다른 시제품을 만들었다. 매일 먹어보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말차의 은은한 맛과 향이 나는 밥맛을 찾아냈다." (남궁훈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연구원)
"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 출시까지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았다. 참기름과 들기름 배합을 바꾸는 과정에서 새로운 원료를 검토해야 할 땐 퀵으로 원료를 받자마자 바로 시험해야 할 정도였다." (윤지원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연구원)
지난 25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이지혜(25) CJ제일제당 마케터와 남궁훈(40)·윤지원(32)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출시한 말차·들기름 햇반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약 6~7개월 간 진행된 기획과 연구·개발 과정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마케터는 말차·들기름 햇반의 제품 기획과 편의점 협업을 담당했다. 남궁 연구원은 말차 햇반 개발을, 윤 연구원은 들기름 햇반 개발을 각각 맡았다.
올해 출시 30주년을 맞은 햇반은 백미를 시작으로 잡곡밥과 솥반, 라이스플랜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1996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햇반 판매량은 68억4000만개에 달한다. 이번에 출시한 말차·들기름 햇반은 CJ제일제당(097950)이 30년간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식경험을 제안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편의점 GS25와 협업한 말차 햇반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된 이미지를 실제로 구현한 제품이다. 편의점 CU와 단독으로 선보인 들기름 햇반은 '밥만 먹어도 맛있는 고소한 밥'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이 마케터는 "예전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다"며 "SNS를 통해 공유되고 확산되는 경험까지 같이 고려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말차와 들기름을 밥에 넣는다고 '이색 즉석밥'이 완성되는 게 아니었다. 말차는 쓴맛과 변색이, 들기름은 산패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연구진은 상온 제품이라는 점에서 약 35도 안팎의 조건 속 가속 시험을 반복했고, 소비기한을 기존 햇반보다 2개월 짧은 7개월로 설정해 최적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말차 햇반은 기존 햇반 제품 패키지와 다른 모습이다. 어떻게 지금의 형태로 바꾸게 됐나.
"처음에는 단순히 말차를 섞은 밥이었다. 하지만 제품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 마케터(PM)와 논의 끝에 오차즈케처럼 물을 부어 먹는 형태가 말차의 풍미를 더 잘 살릴 수 있겠다고 판단해 솥반 용기로 다시 설계했다. 전자레인지 조리 시간과 물의 온도나 양 등을 반복적으로 시험한 끝에 지금의 형태를 완성했다." (남궁훈 연구원)
ㅡ'고소한 밥'이라는 콘셉트가 어떻게 들기름 햇반으로 발전했나.
"처음엔 김밥용 밥처럼 밑간이 된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참기름만 넣은 밥으로 개발했다. 그런데 마케터·연구원들과 시식을 거듭하면서 들기름의 풍미가 더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고, 개발 방향도 들기름 햇반으로 초점을 맞췄다. 이후 가장 맛있는 참기름·들기름 배합 비율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특히 풍미를 살리면서도 산패 우려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가장 균형 잡힌 배합을 찾는 데 시간을 쏟았다." (윤지원 연구원)
ㅡ기존 햇반 개발과 비교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전자레인지 조리 후에도 들기름 향이 밥알에 잘 퍼질 수 있도록 밀봉 필름 구조를 여러 차례 바꿔봤다. 여기에 갓 지은 밥 식감을 위해 수분 함량도 함께 맞췄다." (윤지원 연구원)
"햇반은 용기에 담은 상태에서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열이 고르게 전달되는 조건을 찾는 게 중요했다. 특히 말차·들기름 햇반 어느 부분에서 밥을 떠 먹어도 같은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도록 열처리 시간과 회전 조건을 반복 조정하면서 최적의 조건을 찾는 게 힘들었다." (남궁훈 연구원)
ㅡ6~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제품을 완성해 출시해야 했다.
"출시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맛이나 품질을 포기할 순 없었다. 연구원들과 반복 시식하면서 최적의 배합을 찾고자 노력했고, 문제가 생기면 관련 부서와 바로 화상회의를 열어 완성도를 높였다." (이지혜 마케터)
"마케터와 연구원뿐 아니라 바이어들도 함께 시식했다. 특히 공복일 때와 점심을 먹고 난 뒤 출출할 때 먹을 때 등 상황에 따라 맛도 다르게 느껴져 그런 차이도 고려하면서 제품의 염분과 수분 함량도 계속 조정했다." (윤지원 연구원)
ㅡ많은 유통 채널 중 GS25·CU 등 편의점과 협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편의점은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소비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부담 없이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지 않나. GS25와는 SNS에서 화제가 된 말차 햇반을 실제로 구현해보자는 뜻이 맞았고, CU와는 밥만 먹어도 맛있는 고소한 밥이라는 아이디어를 함께 구체화하게 됐다. 단순히 제품을 납품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제품을 함께 기획했다." (이지혜 마케터)
ㅡ출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소비자 반응이 있나.
"처음엔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았지만, 막상 말차 햇반을 먹어본 분들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고 평가하시더라. 오차즈케처럼 먹거나 명란, 구운 생선 등을 곁들이는 등 다양한 레시피로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남궁훈 연구원)
"개발할 때는 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밥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비빔밥이나 간장계란밥 등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후기를 올리더라.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다양한 식경험으로 이어져 인상 깊었다." (윤지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