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로 청년들이 사라진 지역은 미래가 없습니다. 지자체 안에는 외식이나 마케팅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결국 현장을 아는 민간 기업이 함께해야 합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475560) 대표는 지난 26일 충남 예산시장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ESG 상생프로젝트 예산 지역개발 미디어 간담회'에서 지역소멸 위기의 해법으로 '현장 전문가 중심의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 모델'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더본코리아는 이날 지역개발 사업을 단순한 ESG 활동이 아닌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장기 사업 모델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예산시장에서 거둔 성공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해 지역 관광과 상권을 동시에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백 대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했던 청년몰 사업이 잇따라 실패한 이유도 현장 경험 부족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자금만 지원하고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울 강남이나 홍대에서 유행하는 메뉴를 그대로 지역에 가져와 비싸게 판매하니 지역 생활 수준과 맞지 않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이어 "지역 활성화는 포토 스폿 몇 곳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오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역민과 지자체, 민간 기업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지역만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시장을 사례로 들며 민간 기업이 먼저 위험을 감수하는 '마중물 투자'의 필요성도 설명했다. 백 대표는 "상장사가 직접 상가를 매입하면 향후 임대료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배임 문제가 될 수 있어 사학재단 자금을 활용해 먼저 상가를 매입했다"며 "화장실을 최신식으로 만들어 기부채납한 것도 말뿐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예산시장은 하루 방문객이 10여 명 수준이었지만, 올해 5월 기준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더본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최재구 예산군수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4년 전만 해도 하루 10~20명이 찾던 시장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기업과 지자체, 상인이 함께 만든 성공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 군수는 최근 각종 논란으로 사업이 위축됐던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예산시장은 백 대표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였다"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상인들이 스스로 위생과 가격 경쟁력을 지키며 자생력을 키워 다시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백 대표도 지난해 각종 논란 이후 방문객이 급감했던 시기를 언급하며 "유튜브 홍보가 중단되면서 손님이 완전히 줄었지만 초창기부터 위생과 가격을 철저히 관리한 덕분에 상인들이 스스로 버텨냈다"며 "올해 5월에는 다시 방문객 140만명 수준을 회복하며 자생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최근 불거졌던 각종 논란과 지역개발 사업의 수익성, 향후 확장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지역 축제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백 대표는 "기존 축제는 일부 기획사와 브로커들이 높은 임대료를 받고 노점을 분양하는 구조였다"며 "우리는 임대료를 받지 않는 대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쓰게 하고 레시피도 무료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일부 지역에서는 입찰에서 탈락하기도 했지만 소비자와 지자체는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시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역개발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질문에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백 대표는 "주주들은 지역개발 사업으로 누적 적자가 약 50억원 발생한 점을 우려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IP(지식재산권)는 훨씬 큰 자산"이라며 "지역 특산물 메뉴를 축제와 시장에서 먼저 검증하고 이를 HMR(가정간편식)과 유통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전국 5곳에서 운영 중인 외식산업개발원의 지자체 위탁 교육 사업만으로도 자체 운영이 가능하다"며 "향후 ESG 투자까지 연계되면 지역개발 사업도 충분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예산시장은 100여 개 테이블 중 10여 개 테이블에서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만 백 대표 논란 이후 방문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예산시장에서 만두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백 대표가 시장을 개발하기 전에는 아무도 시장에 오지 않았다. 백 대표가 오고 나서 시장이 밝아졌는데, 1년 전부터 백 대표 관련 논란이 퍼지면서 힘들었다"며 "일부는 음해하는 소문이었는데 이 때문에 백 대표뿐 아니라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다수의 사람들도 피해를 입었다. 지금은 방문객 수가 일부 회복된 편"이라고 했다.
더본코리아는 충남방적 유휴공간 복합문화단지 조성, 삽교시장 곱창특화거리, 전통주 체험단지 등 다양한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예산시장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