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단순한 수출 시장이 아니라 브랜드 발전 방향을 배울 수 있는 시장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품질에 대한 기준도 까다로워, 한국에서 얻은 경험을 다른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칠레 와인그룹 VSPT가 한국 시장에서 '산 페드로'의 프리미엄 와인을 본격적으로 키운다. 산 페드로는 1865년 칠레 쿠리코 밸리에서 시작한 와이너리로, 국내에서는 설립 연도를 딴 '1865'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1865는 한국에서 '18홀을 65타에 친다'는 의미로 재해석되며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혔다.
산 페드로는 1865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알타이르(Altaïr), 시데랄(Sideral), 카보 데 오르노스(Cabo de Hornos) 등 고급 와인 라인을 한국 소비자에게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산 페드로의 국내 공식 수입사는 금양인터내셔날이다.
페드로 헤라네 VSPT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한국은 프리미엄 와인을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VSPT 그룹의 전체 판매 물량 기준 세계 10위권에 드는 시장"이라며 "1865 기준으로는 세계 1위, 시데랄 역시 1~2위 수준의 핵심 시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1865를 통해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이 회사의 혁신과 유통 전략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라며 "한국의 골프 문화와 잘 연결됐고, 와인 자체의 스타일도 한국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카카오, 아트 스튜디오 '슈퍼픽션' 등과 협업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왔다"고 했다.
VSPT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급 와인 라인의 유통 채널도 차별화하겠다는 목표다. 다음은 헤라네 CEO와의 일문일답.
―한국 시장은 VSPT에 어떤 의미인가.
"한국은 우리 회사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오랜 기간 함께해 온 파트너가 있고, 한국 소비자들과도 탄탄한 관계를 이어왔다. 동시에 한국은 우리가 브랜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칠레에서 볼 때 한국 소비자들은 매우 세련됐고, 와인에 대한 호기심도 크다. 무엇보다 품질을 추구하는 수준이 높다. 한국 소비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다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산 페드로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더 좋은 회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장이다."
―이번 방한에서는 1865가 아니라 알타이르, 시데랄, 카보 데 오르노스를 내세웠다.
"그동안 1865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과 관계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산 페드로의 프리미엄 와인을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에 선보인 알타이르, 시데랄, 카보 데 오르노스는 산 페드로가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방향성을 담은 제품들이다. 시데랄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프리미엄 와인이다.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알타이르와 카보 데 오르노스는 가격대와 포지션이 더 높은 와인이어서 백화점, 레스토랑 등 프리미엄 채널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프리미엄 와인에 힘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알코올 소비가 줄어드는 흐름도 있다.
"와인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알코올 소비가 줄어드는 흐름은 와인뿐 아니라 주류업계 전체가 마주한 과제다. 다만 소비자들이 술을 덜 마신다고 해서 좋은 와인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마시는 양을 줄이는 대신 더 좋은 품질의 와인을 선택하려 한다. 프리미엄 와인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시에 젊은 세대와 새롭게 연결돼야 한다. 기존 와인 소비자에게는 더 좋은 와인을 제안해야 하지만, 아직 와인을 가까이하지 않는 소비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은 무엇인가.
"젊은 세대에게 와인은 때로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 와인업계는 떼루아, 양조 기술처럼 전문적인 언어로 소비자와 소통해왔다. 이제는 소비자가 자신의 생활 속에서 와인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제품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저도수 와인, 향을 더한 와인, 캔 와인 등 다양한 형식의 제품을 시도하고 있다. 와인의 종류도 무거운 레드 와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스파클링 와인 등으로 넓히고 있다. 소비자의 생활 방식도 달라졌다. 1인 가구가 늘고, 한 번에 큰 병을 마시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 이런 변화에 맞춰 와인의 용량과 포맷도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
―산 페드로 와인과 어떤 한국 음식이 잘 어울리나.
"한국에 올 때마다 김치나 한국식 바비큐를 즐겨 먹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음식은 갈비찜이다. 갈비찜은 알타이르나 카보 데 오르노스처럼 구조감이 있는 와인과 잘 맞는다. 한국의 고기 요리는 칠레 프리미엄 레드 와인의 풍미를 잘 살려준다. 고기의 진한 맛과 와인의 산도 등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 매콤한 음식과도 흥미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칠레 대표 품종 중 하나인 카르메네르는 향신료 느낌과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품종이다. 로제 떡볶이와 카르메네르의 조합도 좋다고 생각한다. 매콤하면서도 크리미한 음식의 질감과 카르메네르의 부드러운 느낌이 잘 맞는다."
―산 페드로가 한국 시장에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목표는 와인 산업을 변화시켜 더 많은 사람이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품질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 이곳에서 얻은 배움은 산 페드로가 더 좋은 와인을 만들고, 더 넓은 소비자층과 연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 산 페드로의 다양한 프리미엄 와인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