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이 무산되면서 유통·식품업계가 월드컵 마케팅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사실상 대표팀 경기와 연계된 월드컵 응원 특수는 끝난 만큼, 남은 토너먼트 기간엔 집관(집에서 관람) 수요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분위기다.

카스 뷰잉펍 현장에서 소비자들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함께 관람하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29일 유통·식품·주류업계는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 중심으로 진행해 온 월드컵 마케팅을 재점검하고 있다. 전날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 3위 국가 간 순위 경쟁에서 밀리면서 32강 진출에 실패하자, 대회 개막 전부터 집행한 월드컵 한정판 패키지와 광고 영상, 프로모션 등을 유지하면서도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놓고 업계의 고민이 커진 것이다.

대표팀 응원 수요를 겨냥했던 일부 후속 프로모션은 축소하거나 재검토하는 대신, 브라질·아르헨티나·스페인·포르투갈 등 인기 국가 경기와 집관 수요를 염두에 두고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은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오비맥주다. FIFA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는 자사 맥주 브랜드 카스를 앞세워 조별리그 3경기에 맞춰 '카스 뷰잉펍'과 체험형 팝업을 운영하면서 응원 마케팅을 펼쳤다.

당초 논의·검토했던 추가 뷰잉 펍 운영·팝업 행사 연장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32강 경기가 새벽 5시로 예정돼 마케팅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데다 대표팀의 32강 탈락도 확정된 탓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월드컵 경기가 끝난 만큼, 국내에서 진행하던 월드컵 관련 마케팅도 종료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는 월드컵 자체가 끝난 게 아닌 만큼, 토너먼트 관전 수요를 겨냥한 행사와 여름철 프로모션은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GS25는 월 단위로 기획한 할인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다. CU도 대표팀 경기 종료와 관계없이 여름 맞이 할인전은 이어갈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관전 수요가 높은 상품 중심으로 마케팅을 이어간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표팀의 32강 탈락으로 그간의 매출 특수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면서도 "유명 축구 선수가 출전하는 인기 국가들의 경기를 집에서 시청하는 '집관족'을 고려해 맥주·안주류·간편식을 중심으로 한 프로모션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오전 BBQ 홍대반가점에서 월드컵 멕시코전을 맞아 치킨을 먹으며 단체 관람을 즐기고 있다. /제너시스BBQ그룹 제공

치킨업계도 대표팀 경기 종료로 응원 특수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토너먼트 기간 관전 수요를 염두에 둔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BBQ 관계자는 "월드컵을 겨냥한 별도 프로모션은 진행하지 않았다. 대표팀 경기 당일 특수는 가맹점의 자율적인 조기 영업 효과"라며 "기존 할인 행사와 프로모션은 월드컵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bhc 관계자도 "월드컵 단독 프로모션은 진행하지 않았다"면서도 "남은 월드컵 기간엔 자사앱 혜택 프로모션으로 집관족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모델로 활용한 기존 브랜드 마케팅을 이어간다. 월드컵과 직접 연계한 캠페인이 아닌 만큼, TV 광고와 프로모션은 계약에 따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표팀의 32강 탈락으로 월드컵 특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여름 성수기 프로모션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대표팀 탈락으로 효과는 일부 감소하겠지만, 애초에 오전 경기였던 만큼 매출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당초 평일 오전 경기와 고물가 영향으로 이번 월드컵 흥행·특수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대표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체코전이 열린 지난 12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전체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4% 증가했다. 품목별로 치킨 주문은 875.8%, 피자는 220.8%, 족발·보쌈은 97.9% 늘었다.

편의점 CU는 광화문 인근 점포 매출이 체코전 당일 240%, 멕시코전 280%, 남아프리카공화국전 150% 증가했다. 특히 첫 승리 이후였던 멕시코전 당시 GS25 점포 매출은 138% 늘었고, 세븐일레븐의 광화문 주요 10개 점포 기준 매출도 304%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대표팀의 32강 탈락으로 응원 중심의 매출 효과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월드컵 토너먼트 경기가 아직 남은 만큼 관전 수요에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표팀의 32강 탈락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월드컵 자체가 끝난 건 아니다"라며 "이미 준비한 광고와 프로모션은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토너먼트 관전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도 그대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광고 영상이나 패키지는 수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만큼, 중단하는 건 어렵다"며 "대표팀 응원 중심에서 토너먼트 관전 중심으로 마케팅 메시지를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