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면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생존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맹점을 늘리고 배달 주문을 확보하는 게 핵심 전략이었다면, 최근엔 닭갈비와 볶음밥, 밀키트 등 간편식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곳이 많아지는 추세다. 단순히 치킨 한 마리를 파는 외식 브랜드를 넘어 유통 판매 채널을 넓혀 '식탁 점유율'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7년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7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로 외식비 부담이 커진 데다 1인 가구 증가, 온라인 장보기 문화 확산 등이 맞물리면서 집에서도 전문점 수준의 맛을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 중 하나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BBQ다. BBQ 운영사 제너시스BBQ그룹(이하 BBQ)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MR 중심 유통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닭갈비 등 제품 수는 56.3% 증가했고, 유통 판매 채널도 11개에서 18개로 확대했다. 공식 온라인몰인 BBQ몰을 비롯해 마켓컬리,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으로 유통망을 넓혔다.

굽네치킨 운영사 지앤푸드도 HMR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건강 간편식 전문몰 '굽네몰'에서 판매 중인 '치밥&볶음밥' 시리즈는 지난 5월 누적 판매량 1200만팩을 돌파했다. 통살닭다리구이와 삼계탕, 닭개장 등 밀키트 제품에 이어 치밥·볶음밥 등 9종의 HMR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

맘스터치도 지난 4월 HMR 브랜드 '또잇(TO EAT)'을 선보이면서 HMR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맘스터치는 HMR 치킨 제품 3종을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기존 외식 사업을 대체하는 영역이 아니라, HMR 사업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고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보완적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치킨매장 앞.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이처럼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HMR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성장 방식의 한계와 무관치 않다. 과거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가맹점 수와 배달 주문 규모로 평가됐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브랜드들은 출점 확대와 배달 매출 증가에 힘입어 성장했다. 다만 현재 국내 치킨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출점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배달 시장 성장세도 예전만 못한 데다 원재료·인건비 상승으로 소비자 가격 부담까지 커지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해졌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출점·배달 경쟁보다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와 맛이 담긴 HMR 제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노하우를 활용해 제품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으로 유통 판매 채널을 넓히고 브랜드 노출 효과도 큰 편"이라고 했다.

다만 모든 치킨 프랜차이즈가 같은 전략을 택한 건 아니다.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339770)는 과거 볶음밥·닭갈비 등 HMR 제품을 선보이고 간편식 통합 브랜드 '플레버스(Flaverse)'를 출시했지만 현재는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bhc도 편의점 CU와 협업해 브리또와 삼각김밥, 도시락 등 간편식 제품을 선보였지만, 현재 해당 상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HMR 사업이 단순히 부가 사업을 넘어 브랜드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가맹점 수가 곧 프랜차이즈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엔 브랜드를 활용해 얼마나 다양한 채널에서 우리 제품이 소비자에 노출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HMR은 소비자가 매장을 찾지 않더라도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기업마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HMR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냉장고를 선점하는 경쟁이 확장하고 있다"면서도 "HMR 제품이 기존 매장 매출과 수요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자기잠식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기업마다 접근 방식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인접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HMR을 포함한 여러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