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세계에서는 수백 년 이어온 역사와 가문의 이름이 곧 브랜드의 경쟁력이 된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대표 메종 대부분이 18~19세기에 설립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서 1976년 출범한 니콜라스 푸이야트(Nicolas Feuillatte)는 반세기도 채 되지 않은 '젊은 메종'이다. 그럼에도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2012년 이후 프랑스 판매 1위를 유지하며 모엣&샹동(Moët & Chandon),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등 전통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지만, 오히려 젊은 브랜드라는 것을 브랜드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설립자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1950년대 미국 뉴욕에서 아프리카산 커피 생두를 수입·유통하며 성공한 사업가였다. 당시 뉴욕 사교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가족으로부터 샹파뉴 지역의 포도밭을 상속받은 뒤 "친구들과 함께 즐길 샴페인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신이 만든 샴페인을 당대 최고의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할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 등이 있는 뉴욕의 사교 모임에서 선보인 것이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다.

브랜드의 운명을 바꾼 것은 1986년이다.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샹파뉴 지역 최대 생산자 협동조합 가운데 하나인 CV-CNF와 손을 잡았다. 당시 협동조합을 이끌던 앙리 마카르(Henri Macquart)는 샹파뉴 지역 포도 재배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과 마카르가 구축한 생산자 네트워크가 결합하면서 오늘날 브랜드 성장의 토대가 마련됐다.

이 협동조합 시스템은 니콜라스 푸이야트를 다른 대형 샴페인 하우스와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반적인 샴페인 메종은 자체 포도밭만으로 필요한 원료를 모두 충당하지 못해 외부 재배자로부터 포도를 구매한다. 반면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약 5000명의 포도 재배자가 협동조합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샹파뉴 지역 약 1만5000명의 포도 재배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이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셈이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재배자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인 만큼 안정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포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래픽=정서희

이 같은 생산 기반은 블렌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샹파뉴는 해마다 기후 조건이 달라 동일한 스타일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샹파뉴 전역의 다양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와 여러 해에 걸쳐 보관한 리저브 와인을 블렌딩해 해마다 일관된 스타일을 구현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11개 그랑 크뤼(Grand Cru)와 32개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에서 생산된 포도를 활용하는 폭넓은 공급망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테루아의 개성을 하나의 와인에 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표 제품인 그랑 리저브 브뤼(Grande Réserve Brut)는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샴페인이다. 피노 뫼니에 65%, 피노 누아 20%, 샤르도네 15%를 블렌딩해 만든다. 일반적인 샴페인보다 피노 뫼니에 비중을 높여 풍부한 과실 향과 부드럽고 둥근 질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양조 과정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사용해 포도 본연의 과실미를 최대한 살리고, 장기 숙성을 통해 섬세한 기포와 균형감을 끌어올렸다.

현재 메종의 양조를 총괄하는 기욤 로피앙(Guillaume Roffiaen)은 2014년부터 셀러 마스터를 맡고 있다. 그는 "좋은 포도는 그 자체의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다양한 크뤼의 특성을 블렌딩으로 조화롭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그랑 리저브 브뤼를 '블렌딩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와인으로 소개한다.

잔에 따르면 밝고 투명한 금빛에 은빛 광택이 감돌며, 가늘고 섬세한 기포가 지속적으로 피어오른다. 향에서는 여름 햇살 아래 잘 익은 노란 과일의 풍미와 함께 살구, 천도복숭아, 자두 향이 풍부하게 올라온다.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질감과 활기찬 산도가 조화를 이루며 자몽과 탠저린, 카피르 라임을 연상시키는 상큼한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긴다. 식전주는 물론 샤퀴테리 플래터, 치즈, 구운 새우, 스튜 등 다양한 음식과 두루 어울린다.

올해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스파클링 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수입사는 신세계L&B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