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6월 25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에 대해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최근 알약 형태의 일반식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이를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우선 표시를 강화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관리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월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내에 개점한 한 창고형 약국을 찾은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 등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 늘어나는 알약형 일반식품... 마케팅은 건기식 연상케 해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캡슐 또는 정제 형태로 제조·가공한 일반식품은 주 표시면에 12포인트 이상의 글씨로 "본 제품은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다만 조리용 등으로 사용돼 소비자가 직접 섭취하지 않는 제품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식약처는 오는 8월 21일까지 업계와 소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일반식품은 원칙적으로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보이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지만, 일부 식품 유형은 예외적으로 정제·캡슐 형태 제조가 허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루타치온, 콘드로이친, 멜라토닌, 대마씨유 등을 내세운 일반식품이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잇따라 출시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1일 1정', '먹는 루틴', '집중 케어' 등 건강기능식품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사용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소비자 후기까지 결합되면서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제품의 외형뿐 아니라 제품명과 섭취 방식, 광고 문구까지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하게 설계되면서 소비자가 실제 제품의 성격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식품안전정보원의 '정제·캡슐 형태 식품의 허용요건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은 2021년 1731개에서 2023년 4026개로 2년 새 132.6% 증가했다. 제품 유형도 기존 캔디류 중심에서 과·채가공품, 당류가공품, 음료베이스, 고형차 등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예를 들면 일반 파인애플 추출분말을 알약 형태로 압축해 놓고, 온라인상에서는 소화 효소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브로멜라인 정제'로 표방하는 식이다. 타트체리 추출물 정제를 수면 유도 성분인 '멜라토닌'으로, 토마토 추출물을 '항산화제'처럼 포장하는 사례도 속속 적발되고 있다.

부형제를 기본 베이스로 삼는 '당류가공품'의 경우 포도당이나 유당에 특정 성분을 미량 섞은 뒤, 관절 건강에 좋은 '콘드로이친'이나 피부 미용을 위한 '글루타치온' 알약인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보고서는 소비자 오인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로 ▲정제·캡슐 형태의 제형 ▲기능성을 연상시키는 제품명 ▲정량·정기 복용 방식의 섭취 문구를 꼽았다. 실제 특정 멜라토닌 정제 제품을 제시한 소비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4%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제형 제품 응답자의 95.6%, 캡슐형 제품 응답자의 97.4%는 물과 함께 삼켜 섭취한다고 답해 '약처럼 먹는 경험' 자체가 소비자 오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식품안전정보원이 설문에 활용한 제품 사진./식품안전정보원 '정제·캡슐 형태 식품의 허용요건 개선' 보고서 캡처.

◇ 표시 강화 시작으로 단계적 규제 강화

식품안전정보원은 최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정제·캡슐 형태 일반식품에 대한 단계적 규제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식약처의 행정예고안은 소비자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1단계 방안이 반영된 조치로 평가된다.

2단계에서는 오인 가능성이 높은 제품군에 대한 집중 관리가 추진된다. 정제·캡슐 형태에 기능성을 연상시키는 성분명이나 건강기능식품식 복용 문구가 결합된 제품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사전신고나 표시·광고 사전검토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SNS 광고 등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에 맞춰 광고 점검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3단계에서는 오인 위험이 큰 식품 유형에 대해 보다 강한 관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식품안전정보원은 당류가공품, 과·채가공품, 음료베이스, 고형차 등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제시했다. 신규 제품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허용 기준을 적용하고, 기존 제품은 일정 기간 유예를 거쳐 분말·액상·젤리·캔디형 등 다른 제형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향후 제형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확대될 경우 제품 개발과 시장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일반식품이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처럼 인식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한 관리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반식품이 건강기능식품과 비슷한 형태와 복용 방식으로 출시되면서 소비자가 혼동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제품의 제형뿐 아니라 제품명과 광고, 섭취 방법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관리 기준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