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표 제품인 비빔면·냉면 시장의 경쟁 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매운맛이나 양념 비법을 앞세운 소스가 승부처였다면, 최근엔 면발 굵기와 탄력, 원료, 제면 기술 등을 강조한 식감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일러스트=챗gpt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5년 757억원에서 2023년 약 1800억원으로 약 2.4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올해 시장 규모가 22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냉면 간편식(HMR) 시장도 약 6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식품사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팔도다. 팔도는 국내 비빔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84년에 출시된 대표 제품 팔도비빔면의 누적 판매량은 20억개에 달한다. 올해 선보인 신제품 '팔도비빔면 더 블루'는 기존 제품보다 굵은 중면을 적용해 씹는 맛을 강화했다. 제품 패키지 전면에도 '입안에서 살아나는 생동감', '쫄깃한 중면'을 적어놓은 등 식감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팔도가 중면을 앞세웠다면 농심(004370)은 메밀면으로 비빔면 브랜드 '배홍동' 제품군을 확대했다. 배홍동 막국수는 국산 메밀을 넣은 건면을 사용해 메밀면 특유의 식감을 구현했다. 현재 배홍동 막국수는 출시 2달 만에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했다. 배홍동은 배와 홍고추, 동치미를 내세운 비빔장 차별화로 성장한 브랜드다. 막국수 외에도 쫄면, 칼국수면 등을 접목해 서로 다른 식감의 면발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오뚜기(007310)는 칡냉면과 쫄냉면을 내놨다. 칡냉면은 칡면 특유의 탄탄한 식감을, 쫄냉면은 쫄면 특유의 탱탱한 식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월엔 부산 향토음식인 밀면을 구현한 '진밀면'을 선보이는 등 면 종류 자체를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진밀면은 출시 두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650만개를 넘어섰다.

풀무원(017810)은 초고압 제면 기술을 적용한 냉면 제품에 이어 올해 식물성 면 제품인 '슬림핏콩면' 시리즈를 선보였다. 100% 국산콩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으로, 90도 이상 고온에서 가늘게 제면하는 공법을 적용해 탱글하고 쫄깃한 면발과 식감을 구현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가 비빔면·냉면 시장 성숙화에 따른 것으로 본다. 과거엔 더 맵고 더 자극적인 소스 개발이 경쟁력으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가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면발과 식감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빔면·냉면 시장이 커지면서 액상 소스나 비법 양념장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비자가 한입 먹었을 때 바로 느낄 수 있는 식감과 면발 품질에 공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비빔면 시장에선 소스 경쟁이 중요했지만, 제품의 핵심 식재료는 면인 만큼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면 자체의 차별성을 더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들도 비법 소스 경쟁을 포기한 게 아니라 기존 소스 경쟁력은 유지하면서도 면 자체의 식감과 원료 차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최근엔 식감과 원료, 영양 요소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도 많아져 관련 경쟁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