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 통 가격이 2만원을 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카페를 중심으로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박을 활용한 음료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업계에선 통 수박 구매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수박주스를 대체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에 수박이 한가득 놓여 있다. /뉴스1

23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수박 1통(상품 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2만4926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2%, 평년보다 22.63% 올랐다. 지난달에는 수박 한 통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수박 가격이 오른 건 이른 더위로 수요가 예년보다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5월부터 낮 기온이 오르면서 수박을 찾는 소비자는 증가했지만, 초기 출하 산지가 남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참외, 오렌지, 키위 등 대체 과일의 공급 여건도 좋지 않았다.

비싼 수박값에도 카페업계의 수박 음료 판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메가MGC커피의 수박 음료 3종은 출시 50일 만에 280만잔이 팔렸다. 이디야커피의 '생과일 수박주스'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아메리카노에 이어 전체 메뉴 판매 2위에 올랐다. 특히 생과일 수박주스를 포함한 생과일 음료 3종은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70만잔을 넘어섰다. 더본코리아(475560)가 운영하는 빽다방은 지난 4월 30일부터 대표 여름 메뉴 '우리수박주스'를 지난해보다 15일 앞당겨 출시했다. 지난해 이 제품은 4년 연속 연간 판매량 100만잔을 돌파한 바 있다.

수박값이 올랐는데도 수박 음료가 잘 팔리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과일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와 대학생, 직장인 등에겐 수박 한 통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보관과 손질, 남은 과일 처리까지 고려하면 한 통 구매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박 한 통을 사려면 2만~3만원을 내야 하지만, 카페에서 판매하는 수박주스는 대체로 4000~7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제철 수박맛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직장인 김여진(34)씨는 "수박을 먹고 싶어도 혼자 사는 입장에서 한 통을 사는 건 부담스럽다"며 "냉장고에 넣을 공간도 부족하고, 다 먹기 전에 물러질까 봐 수박이 먹고 싶으면 카페 수박주스를 자주 마신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이처럼 카페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수박 음료를 팔 수 있는 배경엔 안정적인 원물 확보 전략이 있다. 주요 카페 프랜차이즈들은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산지 및 협력업체와 공급 물량을 조율한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소매가격으로 수박을 구매하는 것과 달리,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대량 매입과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원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

실제로 빽다방은 함안·의령·음성·고창·봉화·양구 등 국내 주요 산지에서 생산한 수박을 수급하고 있다. 성수기 이전부터 협력사와 국내 산지 수박 물량을 사전 협의해 공급망을 확보한 것이다. 이디야커피도 생과일 음료 기획 단계부터 협력업체들과 수급 일정과 물량을 조율한다. 생과일은 기후와 작황에 따라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산지와 공급처를 활용해 매장 공급 차질을 줄이는 것이다.

한 카페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박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프랜차이즈들은 사전에 확보한 물량을 기반으로 운영한다"며 "단기 가격 변동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인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도 안정적인 수급 관리가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과일도 필요한 만큼만 사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고물가 시대에 가격뿐 아니라 보관·폐기 비용까지 고려하면 '소분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