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005180)가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을 계기로 형제 경영 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김호연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이 경영전략과 마케팅 등 본사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가운데, 차남 김동만 사장은 해외사업을 맡아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두 형제가 동일한 사장 직급 아래 각기 다른 영역을 책임지게 되면서 향후 경영 성과가 승계 구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2020년 약 1400억원을 투입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이후 공동 마케팅, 물류 통합,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 등 단계적인 통합 작업을 추진해 왔다. 이후 올해 4월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며 조직과 업무 체계를 하나로 묶었다.
이번 합병은 사업 측면에서는 국내 빙과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오너가 입장에서는 해태아이스크림에서 경영 경험을 쌓아온 김동만 사장이 빙그레 본사 경영진에 합류하는 전환점이 됐다. 그동안 김동환 사장이 빙그레에서, 김동만 사장이 해태아이스크림에서 각각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면 이제는 같은 법인 안에서 역할을 분담하며 성과를 경쟁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 경영전략 vs 해외 영토 확장… 역할 분담
1983년생인 김동환 사장은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EY한영에서 근무하다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다. 구매와 마케팅, 경영기획 등 주요 부서를 거친 뒤 2024년 3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경영기획과 전략, 마케팅 등 전사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사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8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84억원으로 32.7%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3123억원, 영업이익 137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둔화가 이어지는 만큼 수익성 회복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이후 생산과 물류, 마케팅 등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도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87년생인 김동만 사장은 미국 터프츠대를 졸업한 뒤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이베이코리아에서 G마켓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빙그레 물류 계열사 제때를 거쳐 2023년 해태아이스크림 전무로 합류해 경영 전반을 맡아왔다.
김 사장이 해태아이스크림에서 처음 경영에 참여한 2023년 회사 매출은 1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176.4% 늘었다. 그러나 이후 성장세는 둔화했다. 2024년 매출은 1997억원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22억원으로 20.4%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876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6.1%, 35.1% 줄었다.
본사로 자리를 옮긴 김 사장이 맡게 된 해외사업은 빙그레의 핵심 성장축으로 꼽힌다. 국내 빙과 시장은 저출산과 인구 감소, 소비 둔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지만 해외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빙그레 수출 매출은 2023년 1253억원에서 2024년 1540억원, 2025년 1721억원으로 늘었다. 2년 만에 37.4% 증가한 규모다. 냉동 제품 수출 매출도 같은 기간 44%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 수출 매출은 534억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은 기존 수출 효자 제품인 메로나와 붕어싸만코뿐 아니라 해태아이스크림의 부라보콘, 바밤바 등 대표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지분은 동일선상…결국 승부는 실적
현재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승계 구도는 아직 안갯속이다. 최대주주인 김호연 회장은 빙그레 지분 39.06%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동환·김동만 사장과 장녀 김정화씨는 빙그레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
승계 재원 마련의 핵심 고리로 꼽히는 물류 계열사 제때의 지분 구조도 사실상 균등하다. 제때는 빙그레 지분 2.11%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동환 사장이 33.34%, 김동만 사장과 김정화씨가 각각 33.33%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지분보다는 경영 성과가 후계 구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으로 승계 구도가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내 사업과 해외 사업에서 누가 더 뚜렷한 성과를 내느냐가 향후 후계 구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